우치동물원서 만난 새소리 채집가

 작년 6월 중순 쯤 꾀꼬리 소리를 채집하고 다니는 한 학자를 만났다. 그녀는 둥근 접시 안테나 같은 걸 들고 다니며 새 소리를 채집하고 있었다. 마치 ‘봄날은 간다’란 영화 속 주인공(유지태, 이영애)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우리 동물원에도 뻐꾸기가 있나요?”

 “그냥 멀리서 소리가 들리기에 쫓아와 봤어요.”

 “네 맞아요! 이곳에 꾀꼬리가 살긴 살아요. 해년마다 여름에 숙직 설 때 새벽 아침에 보면 노란 꾀꼬리 한 쌍이 정답게 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올해는 울음소리가 잘 안 들리네요.” “울긴 울어요. 그런데 주위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안 들릴 뿐이지요.”

 “아! 그렇군요. 요즘 제가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탓에 잘 안 들리나 봐요. 그것도 보고 싶은 사람에게만 보이고 듣고 싶은 이에게만 들리나 봐요.” “맞아요. 모든 것이 다 그렇지요. 저도 남들이 잘 못 듣는 걸 듣는 사람 중 하나에요. 틀림없이 여기 꾀꼬리가 사니 잘 찾아보시면 보일 거예요.”

 “새벽에 보통 어디쯤에서 나타나던가요?”

 “네! 저기 산 옆에서 나와서 살랄 살랑 날아다니더군요. 그럴 땐 늘 ‘황조가’가 생각나곤 했어요.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한 쌍 정답구나. 외로워라! 이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그렇지요. 황조가, 다른 사람들은 꾀꼬리가 아니라고도 말하는데 저는 꾀꼬리가 맞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랑스럽게 나는 모양과 노란 빛깔이 딱 그 새잖아요.”

 “맞아요. 저도 그것이 꾀꼬리라고 생각해요. 그럼 어디 소리 나는 곳을 한번 찾아볼까요.”

 “아 그 안테나 꽤 무겁게 보이는데 제가 들게요.”

 “아니요! 괜찮아요. 늘 들고 다니는 건데요. 뭐. 걷는 것도 잘해요. 걸어야 소리를 놓치지 않거든요. 아까 참에 분명히 이쪽에서 소리를 들었는데 그때 바로 녹음을 했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조금 더 있다가 하자, 어디 가겠어 했는데 정말로 어디 가버리고 소리를 놓쳤네요. 보통 사람들은 꾀꼬리하면 꾀꼴꾀꼴 하는 소리만 아는데 그건 주로 새벽을 여는 아침의 울음이고 다른 여러 가지 소리도 낼 줄 알아요. 저기 들리는 소리 있지요. 삣 삐요코 삐요. 그 소리도 꾀꼬리가 내는 소리에요. 주로 사랑을 부를 때 내는 아름다운 소리에요. 그 밖에도 32가지나 되는 여러 가지 소리를 낸다고 알려져 있어요. 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지금 그걸 연구하고 있는 거지요. 요즈음 가뜩이나 새가 울지를 않는데다가 우리가 무언가 의도하고 접근하면 어느새 낌새를 알고 입을 닫아 버리거나 금방 딴 데로 날아가 버려요. 그럴 땐 휘파람 소리나 녹음한 새 소리로 새를 부르기도 하는데 오는 새도 있고 오히려 적인줄 알고 달아나는 새도 있는데 꾀꼬리는 후자에 속해 그렇게 가짜 소리로 속이는 게 쉽지 않아요. 크기가 크면 머리나 감수성이 더 뛰어난가 봐요.”

 “꾀꼬리는 크잖아요?”

 “아무래도 그렇지요. 크면 더 영리하고 상황판단도 잘 한다고 봐야지요. 앵무새들은 무척 영리하잖아요. 영리하면서 민감하기도 하고. 키우기가 까다로우면서도 나중에 정을 주고받고 할 수 있는 만큼, 새들도 야생성이 강해서 그렇지 동물들 중에서 아주 영리한 축에 속하지요. 그리고 또 모성애나 부성애도 강하고. 일부일처제로 생활하는 종류도 많고, 연구하면 할수록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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