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살인 코끼리는 섬으로 유배보낸 기록

▲ 동물원 사육사를 탈출하려던 호랑이가 해저드에 빠져 있다.
 죄를 저지른 호랑이에게 무슨 벌을 적용해야 할까? 그리고 처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몇 년 전에 서울 모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사람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푸틴이 선물했다는 ‘로스토프’라는 호랑이가 새로 온 사육사가 문을 열어놓고 청소하는 틈에 그 문으로 빠져 나와 사육사를 죽이고 다시 나온 문으로 스스로 들어간 것이다.

 사육장에 익숙하지 않은 호랑이었다면 사육사를 해치고 울타리를 넘어 도주해서 또 어떤 불상사를 일으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그 호랑이는 격리되었고 아직까지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호랑이 본인은 본능대로 행동했기에 전혀 죄의식 같은 건 없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일종의 심각한 사이코패스 같은 정신병 상태에서 벌어진 일일 텐데 죄의식이 없는 호랑이를 과연 처벌할 수 있을까?

 참고로 세계의 많은 동물원에서 동물이 사람을 헤치는 사고는 종종 일어나고 있지만 동물이 그 후에 처벌을 받았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대개 물린 사람의 부주의로 정리되고 동물은 면죄부를 받는다.

 조선시대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그땐 외교 선물로 받은 코끼리가 사람을 살해한 것이었다. 그 당시는 동물에 대한 보호 사상이 지금 만큼 깊지 않은 터라 쉽게 사형에 처하는 게 마땅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외교선물로 받은 것이라 함부로 죽이지도 못하고 정황상 코끼리가 잘못한 것도 아니라서 고심 끝에 왕은 코끼리를 전라도의 깊은 섬에 유배 보냈다. 그 당시 코끼리가 배로 갔는지 육로로 이동했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아 재밌는 상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 코끼리는 섬과 육지를 왔다 갔다 했다고 하는데 그 후의 기록이 없어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코끼리는 벌로써 서러운 귀향살이 처분을 받았고 애꿎은 말단 고을 관리들만 그 코끼리를 돌보기 위해 때 아닌 사육사 역할을 해야 했다고 한다.

 동물과 사람 간에 이슈가 화제가 되어서 그렇지 동물과 동물 간에도 종종 살해 사건을 일으킨다. 유아살해는 사자·호랑이들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안데스 토끼라 불리는 초식동물인 ‘마라’ 같은 경우에서도 가끔 일어났다. 이들은 환경이 육아에 맞지 않거나 약하게 태어난 개체들은 미리 선별 정리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 역시 부상당한 말을 안락사 시키듯 이들의 행동은 범죄 심리가 아닌 생존 본능에 가깝기에 죄를 묻기는 어렵다.

 그런데 범죄 증후가 농후한 경우도 있다. 우리 호랑이 중에 수컷 한 마리는 벌써 동료 수컷 1마리를 물어 죽였고 동거중인 한 마리 남은 암컷마저 물어 죽였다. 그리고 동물사 앞의 함정으로 뛰어내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동물원을 탈출하려는 시도를 두 번 정도 감행했다. 탈출까지는 그렇다 싶은데 동료호랑이를 죽인 걸 봤을 때 녀석을 볼 때마다 미운 감정이 물씬 생긴다. 무언가 마땅한 법이 있으면 처벌하고도 싶다. 단순히 보기에도 얘는 분명 자각 범죄자이고 아무도 이 위험한 호랑이와 함께 함께 둘 수 없다. 동물원은 동물들이 생각하기에 따라 감옥이 될 수도 있고 그냥 안락한 집이 될 수도 있다. 무기징역수가 될 수도 있고 평생 노후까지 보장된 편안한 쉼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이 호랑이는 자제력을 상실한 나머지 스스로 감옥 문을 열고 들어간 것이다.

최종욱 <수의사·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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