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이내 단거리 사냥 최강자
먹잇감 영양 숫자 줄어들어 생존 위기

 최고시속 120km, 육상에서 가장 빠른 단거리 선수, 전 지구상에 7000마리 정도 남은 1급 멸종위기동물. 사람들이 치타라고 부르는, 우리들 얘기다. 사자가 시속 65km이고 사람이 35km쯤 되니 우리 속도가 어느 정도 인지는 대충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동물들과 100m 달리기를 하면 언제든 월등히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몸길이만큼 긴 꼬리도 달릴 때 균형추 역할을 하여 급작스레 방향을 바꾸는 데 몸이 흔들리거나 넘어지지 않게 방향을 미리 지시하고 몸의 밸런스를 맞추어주는 화살 꼬리 깃 같은 역할을 한다. 앞의 두 가지 애칭은 다 수긍이 가고 우리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름이지만 맨 뒤 마지막 말은 너무나 슬프다. 우리는 사실 하루하루 멸종의 위기 속에 살아가고 있다.

 왜 우리같이 빠르고 강하게 보이는 육식동물이 하필 멸종위기에 몰려있냐고? 우선 자연적인 원인이 있다. 우리가 주로 잡아먹는 영양들의 숫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들도 세렝게티나 마사이마라 등 아프리카 국립공원 같은 일정 구역에만 가두어 두니 질병에 취약하고 근친도 많아 자꾸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비겁할지는 모르지만 우린 사냥 할 때 늙거나 어린 개체를 주로 노리는데 태어나는 어린 개체가 많이 없으니 우리가 굶는 날도 많아지는 것이다. 원래 우리는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인도나 시리아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지대까지 폭 넓게 살아왔다. 고대 인도의 왕후는 우리를 애완동물로 키워 영양을 사냥하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사냥개 처럼 전쟁터 데리고 다니기도

 우린 말 그대로 단거리 선수들이다. 300m 이상 최대속도로 뛰면 바로 지쳐버린다. 대개 사냥거리는 100m 내이고 최대한 근접거리까지 접근한다. 대개 노리는 게 달리다가 균형을 잃고 쉽게 쓰러지는 약한 개체들인데 그런 상대적 약자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어 사냥하는 게 너무 힘들다. 사냥은 사냥감을 잘 찾아야 하고 힘을 모았다가 쏟아야 하니 보통 하루에 한두 번 이상은 하기 힘들다. 사냥감이 많을 때는 하루에 몇 번이라도 해서 배를 채우겠지만 잡아도 문제가 생긴다. 우리보다 강자로 통하는 사자나 하이에나들, 들개들의 사냥 사정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우리가 사냥 할 때만 기다렸다가 우리의 먹이를 강제로 채가는 얌체 짓을 일삼는다. 우린 그들 무리를 혼자서 당해 낼 수 없으니 입맛만 다시고 다시 사냥에 나갈 수밖에 없다. 굶주린 배로 다시 사냥해봤자 사냥할 확률만 줄어들고 기운만 더 빠진다. 그래서 먹이가 부족한 야생에서 새끼 낳기를 포기하기도 하고 굶어 죽는 개체도 많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앞으로 우리 멸종 시계는 이미 예약을 마쳐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린 옛날부터 사람하고는 친했다. 맹수긴 하지만 사람을 해치거나 일부러 공격할 정도로 사납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을 무서워하고 잘 길들이면 든든한 반려 맹수가 되기도 한다. 인도에 이어 옛 에티오피아 왕 같은 이는 우리를 길들려 사냥개처럼 사냥터나 전쟁터로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 워낙 우아하고 빠른 동물로 알려져 세계의 모든 동물원에서도 키우려고 하는 매력적인 동물 1순위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환경이 열악한 동물원에서도 그리 번식 확률이 높지 않다. 그래서 현재의 지구상에선 줄어들면 계속 줄어들었지 현존하는 마리 숫자가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 우리 눈에 정말로 눈물자국 같은 검은 한 개의 줄 무늬가 눈 안쪽에서부터 입 바깥쪽까지 양쪽에 한 줄로 진하고 둥글게 나있다. 그래서 멸종을 예고하는 동물인 냥 더욱 슬퍼 보인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조물주도 우리 슬픈 처지를 미리 알고 이런 특이한 줄무늬를 새겨 놓았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억지로 과학적으로 해석하면 햇빛의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함 정도일 것이다.

 

‘치타’란 힌두어로 얼룩무늬라는 뜻

 새끼는 평균 3마리를 정도를 낳고 2년 정도 다 클 때까지 암컷 혼자 데리고 다닌다. 새끼는 어렸을 적에는 등에 멋지게 세운 부드러운 갈기가 말처럼 나있다가 3개월 후면 없어지고 바둑알 같은 점무늬가 몸 전체에 골고루 퍼진다. ‘치타’란 말도 힌두어로 얼룩무늬라는 뜻이다. 어미는 새끼들을 위해 어린 영양들을 산채로 잡아다 어렸을 때부터 사냥연습을 시킨다. 그래서 그런 연습이 제대로 안 된 동물원 치타들은 스스로 사냥을 할 수가 없다. 소위 학습소외자들이기 때문이다. 수컷들은 독립해서 홀로 살든지 소수의 무리를 지어 사자처럼 협동사냥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 누같이 큰 동물들도 사냥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린 홀로서기가 더 어울리는 동물이다. 자식을 키우기 힘든 환경이 되면 스스로 산아제한을 한다. 무리도 짖지 않고 외롭게 혼자 생활을 하니 늘 춥고 배고프단 말을 실감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래 진정한 맹수의 멋은 홀로 서는 것이다. 사자나 하이에나 무리들하고는 품격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그들을 흔히 프라이드나 갱스터라 한다면 우린 귀족들이라고 불린다. 달리기 비법은 유연함과 탄력성에 있다. 우린 척추가 완벽한 S자로 휘어졌다 펴질 정도로 유연하고 앞발과 어깨뼈가 서로 붙었다 떨어졌다 할 정도로 탄력적이다. 고양잇과 동물이지만 발가락의 발톱들이 늑대나 개 마냥, 감추지 않고 늘 나와 있어 항상 땅을 박차고 스피드를 올릴 준비가 되어 있다. 말로만 보기만 해도 귀족처럼 보인다 하지 말고 슬픈 우리를 더 슬프게 안 해 줬으며 좋겠다. 자연환경이 더 넓어지고 간섭이 없어져 영양들도 무럭무럭 자라서 많이 출산할 수 있고 사자나 하이에나도 좀 더 먼 곳으로 사냥터를 옮길 수가 있어서 우리도 방해받지 않고 내가 잡은 것을 온전히 나와 우리 식구들의 차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노력한 만큼 먹을 수 있는 작은 자유를 갈망할 뿐인데 이 조그만 소원도 들어주기 힘들다면 우린 인간과 지구를 내내 원망하며 영원히 사라져 갈 것이다.

최종욱 <수의사·광주보건환경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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