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이 야생에 몇마리나 남았을 것 같아?

 난 북극곰이야. 흔히 백곰이라고도 부르고 얼음곰이라고도 불러. 새하얀 털을 가지고 있어 하얀 북극의 상징이기도 하고 온통 밤뿐인 북극의 겨울에 해빙(sea ice)위를 떠다니면서 주로 물범들을 사냥 한단다. 새끼는 2~3년에 한번 씩 건강한 암컷들만이 겨울 내내 얼음 굴속으로 들어가 1~2마리 새끼를 낳고 키워서 봄에 데리고 나오지. 그리고 봄이 돼 서서히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유빙을 타고 다니면서 물고기 같은 것을 잡아먹거나 육지로 올라와 사람들이 버린 음식찌꺼기 같은 것을 닥치는 대로 먹으면서 풍성한 물범사냥을 할 수 있는 겨울이 올 때까지 힘겹게 버텨내는 거야. 그런데 아무래도 올 겨울은 마치 여름처럼 변해버려서 버텨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냐.



해빙이 사라진다…우린 어디서 살아야할까?



 아참! 우리가 영화 40도가 넘는 살인적인 추위를 가진 이 북극의 추위를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하지. 우린 두꺼운 이중 털 구조를 가지고 있어. 긴 바깥쪽 털은 질기고 하나하나 털 가운데가 비어있는 마치 두꺼운 빨대 같은 구조로 돼 있어서 바깥에서 들어오는 찬바람과 추운 기운을 막아주고 열을 흡수하고 간직하는 기능이 있단다. 안쪽 털은 두꺼운 솜이불 같아서 방수기능과 더불어 안의 체온을 그대로 보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단다. 이런 털들이 발바닥까지 마치 털 장화처럼 잘 발달해 있지. 그리고 털 안쪽의 검은색 피부와 두꺼운 지방층 역시 추위가 몸 안으로 스며드는 걸 막아주고 마치 낙타의 혹처럼 수분과 영양분을 몸 안에 저장하는 기능을 한단다.

 이런 바보같이 자기 소개가 길었는데, 에휴! 뭐, 이런 엿 같은 경우가 다 있는지 몰라? 몇 백 만년 동안 꼼짝도 안하던 해빙(海氷: 빙산을 비롯해 바다 물위에 떠다니는 얼음층)이 글쎄 해마다 점점 더 심하게 녹고 있어. 그럼 어떻게 되냐고? 우리가 그 위에서 살고 또 타고 다니며 사냥을 하는 터전이 아예 없어지는 거지. 우린 곰이야. 물론 수영은 좀 하지만 물고기처럼 맨 날 물속에서만 살 수 없지. 해빙이 사라지는 건 마치 우리보고 물속에 살던지 물에 빠져 죽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 하라는 것과 비슷해. 왜 이렇게 됐냐고. 똑똑한 사람 학자들 하는 말이 사람들이 석유나 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자동차며 비행기며 공장이며 가정에서 하도 많이 쓰다보니까 그것들이 이산화탄소와 메탄(온실가스라 불림)형태로 하늘로 올라가 쌓여서 지표면에 닿고 반사되는 태양의 열기가 우주로 빠져 나가는 걸 방해해 지구 평균온도를 계속 높이고 있어서 그렇대. 그리고 더위 속에서도 사람들을 활동을 가능하게 만든 고마운 발명품인 에어컨과 온갖 편리한 스프레이의 냉매로 쓰고 있는 프레온 가스 같은 것이 하늘로 올라가면 태양이 직접 뿜는 직사광선으로 부터 지구를 보호하고 있는 대기 중의 오존층을 파괴시켜 그 파괴된 부분으로 태양의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들어와 그것이 북극의 얼음 층을 직접 녹이기도 하나봐. 이 모든 현상들을 통틀어 ‘지구온난화’라고 부른데. 이 거대한 놈이 바로 우리를 제일 못 살게 하나봐.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할 수 없지 뭐. 북극에서 사냥하는 걸 포기하고 사람들 사는 따듯한 남쪽 육지로 내려가 먹이를 구하든지 할 수밖에 없지. 즉 살려면 불쌍한 전쟁난민처럼 동물난민의 돼야 하는 거지. 그러면 차츰 우리의 상징 같은 하얀 털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겠지. 그런데 사람들이 우릴 가만히 놔두겠어? 무서운 곰들이 쳐들어온다고 총을 들고 나서겠지. 어떡하겠어! 서로 살려면 전쟁을 할 수 밖에. 결국 혼자의 힘은 막강하지만 단결력이나 화력에 약한 우리들이 당할 수밖에 없지. 전쟁이 아니더라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우리 호르몬이나 몸에도 교란이 일어나 새끼를 못 낳게 돼. 새로운 질병에 대해 면역력도 떨어져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지. 이러면 멸종이 더욱 빨라지게 되는 거지. 지금도 그런 현상들이 우리 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곳의 동물들에게 매일 일어나고 있어.

 사람들은 탈것과 의복이 발달하다보니 이젠 북극도 제 집처럼 마음대로 드나들어 우린 뭐랄까? 아프리카 사파리처럼 관광객들 눈요기 감 정도로 전락해 버렸어. 사람들이 들어오면 어떻게든 문제를 일으켜. 쓰레기도 버리고, 시끄럽게 굴고, 건물도 짓고, 길도 내고하지. 다 우리들의 조용한 영역을 침범하는 거야. 우린 사람들과 친해질 수 없으니 점점 더 사람들을 피해 쫓겨 갈 수밖에 없고 결국 북극의 끝에까지 몰리면 우리 종족끼리도 서로 영역 싸움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야. 이 모든 것의 대부분의 원인이 바로 사람이라는 게 문제야. 사람들의 욕망은 그칠 줄 모르고 또 그 좋아하는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하는 족속이니까. 돈의 노예가 돼버리면, 미래도 없고 후손도 없고 자연도 지구도 없는 한치 앞도 못 내다보는 어리석은 짓들을 서슴없이 하게 되는 거지.

 

지구상에 1000마리…50년 넘기기 힘들 것

 

 동물원에 갇힌 북극곰들의 숫자를 빼고 정말 우리가 야생에 몇 마리나 남아 있을 것 같아? 겨우 1000마리 정도야. 이 정도 숫자면 향후 50년을 넘기기 힘들 거야. 동물원에서 새끼라도 많이 나아 자연으로 되돌리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멸종위기 동물들은 대개 새끼를 낳는 조건들이 까다로워 좀처럼 숫자가 불어나지 않지. 이러니 또 동물원을 채우려고 야생에서 새끼 곰을 잡아가는 밀렵사업이 새롭게 성장하게 돼. 어미 곰은 사나우니 해쳐 버리고 아기 곰들만 데려다 자기들 입맛대로 키우고 이용하다 크면 동물원 전시용으로 쓰는 거야.

 인간들이 꼭 나쁜 짓만 하는 건 아냐. 자기들도 양심이 있어서 동물원에서 숫자가 늘면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려고도 하고, 멸종위기동물로 지정해서 국제기구차원(ICUN, WWF, CITES)에서 법을 만들어 국제적으로 보호하려고도 하지. 그런데 사람들도 가지각색으로 다 생각이 다르고 이 법을 위반한다고 해서 바로 감옥에 가는 것도 아니어서 그렇게 협조적이지가 않아. 우리가 바라는 건 오직 한가지뿐이야. ‘제발 우리가 원래 살던 모습 그대로 놓아 달라는 것!’ 사람들에게 쫓겨서 지구 끝까지 왔는데 더 달아날 곳이라곤 바다 속에 빠져 죽으라는 것밖에 없는데, 그러니 제발 살려달라는 거야. 몇 마리 남지도 않았잖아. 그리고 북극이란 춥고 메마른 눈 사막은 사람들 살기도 별로 좋지 않으니 남쪽으로 내려가 따뜻하고 너른 땅들에서 살고 우리는 살아온 대로 살 수 있게 좀 놓아달라는 것뿐이야.

최종욱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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