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악습…사냥 타깃돼 멸종 대열

▲ 동물원의 치타.
 사자, 호랑이, 표범, 재규어 같은 대형고양이과 맹수들은 동물원에서 볼 수 있어. 어디서나 흔히 보이니 마치 멸종위기 동물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 하지만 동물원 동물들은 멸종지표에는 포함되지 않아. 그러나 그들을 실제 야생에서 조사해보면 아프리카나 인도 표범을 제외하고 아종별로 거의 모두 몇백 마리 정도 밖에 안 남아 있는 분명 멸종위기1급 동물들이지. 표범의 아종에는 아프리카, 인도, 자바, 북중국, 스리랑카, 인도차이나, 아무르, 페르시아, 아라비아 같은 대개 9아종의 표범이 있다고 해. 또 몸 빛깔과 속 무늬까지 까만 흑표범(블랙 팬서)도 이들 중에서 분리돼 나온 것이야. 선명한 꽃잎 같은 점무늬에 나무 위로 자기몸집만큼하는 산양 한 마리를 물고 올라가 조용히 나뭇가지에 기대고 누어서 석양을 감상하는 느긋한 표정의 표범 알지? 그래 바로 내가 그 표범이야!

 너희들은 동물원에서 흔히 보는 표범보고 무슨 멸종위기냐고 그러겠지만, 우린 야생에서 확실히 거의 멸종상태인 것 맞아. 단지 동물원에선 단연 고양이과 맹수가 최고 인기 동물이니 동물원들 내에서만 소수끼리 번식하여 서로 교환하면서 전시하니 겨우 그나마 명맥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거지. 그런 이유 때문에 현대의 동물원을 멸종위기동물들의 ‘노아의 방주’라고도 합리화 시켜 부르기도 하지. 병 주고 약 주는 것과 비슷한 거야. 그런데 대개 사람이 우유 먹여 키우고 돌본 그런 표범들은 진정한 표범이라고 부를 수 있겠니? 무늬만 표범인 그들이 정식 표범이 되려면 야생에 나가기 전에 지독한 생존 훈련을 혹독하게 거친 후 야생에 내 보내야하고, 아마도 일 년 정도 우여곡절을 겪어내고 마침내 살아남으면 그때야 비로소 그들도 야생표범이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 그런데 마지막 안식처가 될지 모를 동물원에서도 아무리 암수를 합사시켜 함께 살게 해도 거의 다 먼 산 쳐다보듯 외면하고 후손을 만드는 단계까지 이르는 금슬 좋은 짝들은 매우 보기 힘들지.

 

“혼자 살기…주위 신경 쓸 일 없어 편해”

 표범은 인간에게 엄청나게 무서운 동물이야. 사실 정글과 산속 같은 서로 사는 곳이 겹치는 커다란 호랑이보다 은밀하고 날렵한 표범이 인명을 더 많이 해쳐 왔다고 해. 1910년도 아프리카에선 무려 400명의 사람을 해친 살인표범이 잡히기도 했대. 그러니 표범들은 이런 몇몇 살인 악습을 가진 표범들 때문에 당연히 호기로운 사냥꾼들의 정의의 사냥 타깃(target)이 되어 강력한 위력의 총을 가진 사냥꾼들에 의해 대량으로 멸종을 당해야 했고 그들 맹수사냥꾼들은 세계 어디서든 영웅으로 추앙받고 금전적인 보상이 뒤따르자 살상은 더욱 가속화돼 짧은 기간 동안 호랑이와 표범의 씨를 말려 버린 거지. 예전에 표범, 호랑이 사냥은 누구에게나 손뼉 받으면서 값비싼 가죽도 팔수 있는 아주 좋은 사업테마였다고 해. 불행하게도 일제 강점기 한국 같은 곳이 대표적인 곳이라 할 수 있지. 한국표범은 경남지방에서 잡힌 1973년 7월 창경원의 표범을 마지막으로 자취가 사라졌다가 최근에 발자국이나 실체를 봤다는 목격담들이 꽤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해. 아마도 깊은 산중에 은신하여 살아남은 극소수의 표범들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뚜렷한 증거는 없대. 차라리 인간들이 그런 걸 모르고 사는 편이 우리에겐 훨씬 낫지 않을까 싶어. 만약 알게 되면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두겠어? 자기들 마음대로 산을 휘젓고 다니면서 약초를 채취하고 운동도 해야 하는데 우리가 살아있다면 엄청 곤란해지겠지. 그러면서 우리를 잡아달라고 몸부림 칠거야. 이처럼 인간들은 자연마저 자기들이 온통 다 차지하려 해서 우리의 멸종이 가속화 된 거야. 지구상 동식물 멸종의 90%는 천적도 기후변화도 아닌 오직 인간의 사냥과 자연파괴 활동에 의한 거라고 해.

 우리 표범은 대형 고양이과 동물과 소형 고양이과 동물의 중간 정도(50~90kg)의 크기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 소나 다 큰 멧돼지 같이 크거나 사나운 동물은 사냥 못하고 주로 사슴이나 영양 그리고 작은 토끼, 너구리, 원숭이 같은 중소형 포유류를 사냥하며 살지. 사냥한 먹이는 나무위로 끌고 올라가 느긋하게 즐기며 먹지. 그렇게 안하면 사자나 하이에나 그리고 곰한테 바로 빼앗기거든. 보통 50kg 정도 되는 무거운 먹이도 4~6m 높이의 나무 가지까지 입에 물고 올라가야 안심이 돼. 우리 등에 나있는 점무늬가 워낙 독특해 꽃 모양이라고 해서 장미나 매화꽃에 비교하기도 해. 우린 결혼 시즌 빼놓곤 암수 모두 혼자서 살아. 물론 새끼 키울 때는 세상의 모든 어미들과 마찬가지로 정말 목숨을 걸고 보살피다가 1년 정도 지나면 독립시키고 또 혼자가 되어 살아가지. 새끼들은 3년 정도 지나면 자손을 이을 수 있는 어른 표범이 돼. 혼자 살면 주위의 무리들을 신경 쓸 일이 없어 편해. 누굴 괴롭히지도 않고 괴롭힘도 받지 않고 말이야. 너희들도 우리처럼 혼자 살 수 있는 연습들을 한번 해봐! 처음엔 힘들고 외롭지만 적응만 하면 그것 같이 또 여유 있고 편안한 생활도 없거든.

 

사냥한 먹이는 나무위로 끌고가 느긋하게

 아참! 특히 너희 닮은 원숭이들이 우리를 굉장히 무서워하지. 왜냐면 나무위로 도망쳐도 쫓아가서 사냥을 해버리니까. 워낙 몸이 가볍고 유연해서 마치 나는 듯 덮치고 소리 없이 다가가는 통에 그 재빠른 원숭이들도 소리 한번 못 지르고 당하게 되지. 비록 총알은 없지만 마치 인간의 스나이퍼 같은 소리 없는 공격을 하지. 아마도 우린 일본 전국시대의 암살집단인 닌자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물론 사람들이 우리가 사냥하는 걸 보고 흉내를 낸 거겠지만. 사람들은 죽어라고 동물들을 따라 하고선 익숙해지면 자기들이 마치 독창적으로 만든 양 으스대는 이기주의자들이지만 사실은 무리를 벗어나면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들이지. 아무튼 우린 죽어라 숨어서라도 한 쌍이라도 끝까지 살아남을 거야. 그리고 사람들이 결국 자기들끼리 싸워 모두 사라지고 다시 우리의 세상이 오기를 숨죽여 기다릴 거야. 지구는 서로를 죽이거나 다른 종들을 마구 짓밟는 이기적인 동물들에게 오래 기회를 주지 않았거든. 그것이 수억년의 지구를 지탱해온 오랜 힘이고 질서이니까 말이야.

최종욱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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