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콩’에서 킹콩은 홀로 고립된 미개척의 섬에서, 마치 코모도 섬의 코모도 도마뱀처럼 섬 거대화의 영향 때문인지 엄청나게 커다란 고릴라가 된다. 그리고 그 섬의 미확인 거대 생물체의 전설을 전해 듣고 영화 촬영자들이 섬에 온다. 여러 사람들의 모험과 희생 끝에 드디어 붙잡힌 킹콩은 뉴욕 쇼장에 볼거리로 제공될 뻔 하다가 탈출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까지 내몰린다. 하지만 킹콩이 사랑해버린 여자 인간이 그를 보호하려고 올라가고, 그는 그 여자를 보호하려다 헬기(혹은 비행기)의 일제사격에 의해 최후를 맞이한다. 역시 이것도 사랑 때문이라는 건가? 영화는 진부한 사랑 스토리지만 킹콩의 거대함과 인간과 동물의 기이한 사랑에 의해 압도되고 주기적으로 스케일 업(up)되어 재출시 될 때마다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는 동물영화를 대표하는 위대한 영화이다.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반격하지 않는

 

 고릴라가 워낙 은밀히 사는 동물이다 보니 영화 ‘킹콩’(1933, 미국, 감독 : 머리안 C. 쿠퍼)이 최초로 나올 당시만 해도 고릴라에 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래서 영화에 등장하는 킹콩의 이미지는 대체로 크고 사납고 거칠다. 무력이 아닌 한 도저히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존재로 보인다. 단지 약간의 유인원적 감성을 도입하여 그의 최후를 아름답게 장식 할 뿐이다. 왜 킹콩이 그 섬에 홀로 살게 되었는지, 섬 원주민들은 왜 초식을 하는 킹콩 즉 고릴라에게 인간을 산 재물로 바쳐야하는지 등은 생략된다. 그렇게 반 동물적이고 모순적인데다 압도적으로 거칠지만 내면은 여리고 고독한 나쁜 사나이의 이미지를 등에 업은 킹콩은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킹콩은 더 사나워지고 위력적으로 변한다. 이번엔 과연 얼마나 더 위력적인 킹콩이 나올까 하고 사람들은 극장으로 몰려간다.

 영화가 아닌 현실 속 고릴라로 돌아가 보자! 고릴라는 크게 마운틴, 로랜드 고릴라 두 가지가 있다. 마운틴 고릴라는 로랜드 고릴라보다 털이 많고 체구가 작은 편이다. 멸종위기는 마운틴 고릴라 쪽이 훨씬 더 심각하다. 마운틴 고릴라는 르완다의 비룽가 숲에 들어간 고릴라와 함께 지낸 다이앤 포시라는 위대한 여류 영장류학자에 의해 ‘안개 속 고릴라’라는 책 등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지금은 비룽가 숲에서 연구대상으로서 그리고 생태관광으로 해외 자금이 유입돼 인간에 의해 어느 정도 간섭과 보호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끊임없는 내전과 밀렵으로 총을 가진 인간에 의해 죽음과 멸종에 노출돼 있다.

 로랜드 고릴라 역시 사정은 좀 낫지만 거의 마찬가지다. 그들은 멀리 이동하지를 않고 늘 살던 곳에서 순환하며 가족끼리 오순도순 살며 나뭇잎이나 열매를 먹고 저녁엔 나무 위에 잠자리를 만들어 자는 순 가족주의 동물들이다.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누구도 공격하지 않는, 유인원 중에서도 가장 평화주의자들이자 완벽한 채식가들이다. 생긴 모습이 인간과 닮긴 했지만 대체로 사납게 보이고 커다란 체구하며 가족을 보호하려 위협할 때 가슴을 두드리는 드럼밍 동작 등이 호전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인간들이 제멋대로 상상의 거대 고릴라인 킹콩을 만들어 내고 고릴라는 사납고 무섭고 힘센 동물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생태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연구할 수도 있고 근접 생태관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선하고 순박한 쪽의 인간 족들과 매우 닮은 유인원 동물이다. 사납고 순박한 복합 이미지 때문인지 고릴라는 매우 인기 있는 상표 및 인형캐릭터이기도 하고 실제 고릴라 새끼들은 정말 깜찍하고 귀엽다.

 

사납지만 순박한, 복합적인 이미지

 

 우리나라에서도 고릴라 영화인 ‘미스터 고(2013, 한국, 감독 : 김용화)’가 만들어 졌다. 영화 속 고릴라는 서커스단에 있다가 한국 프로야구에 야구선수로 팔려온다. 고릴라는 팔 힘이 성인10명을 능가하기에 제대로 훈련만 받는다면 맞았다하면 홈런이 될 수 있고 실제 영화 속에서도 그렇게 그려졌다. 화단의 비싼 나무를 먹어 버린다든지 투수 마운틴고릴라와 타자 로랜드고릴라 와의 한판 대결장면도 무척 재밌다. 킹콩에 비하면 과장됨이 없이 생태적인 영화지만 너무 재미와 달달한 감정에 호소하다보니 다소 몰입감이 떨어져 제대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점이 내내 아쉽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영화들이 킹콩 이상의 대접을 받아 앞으로도 상상 속 괴물들이 아닌 현실 속 동물영화들이 많이 만들어 졌으면 한다.

최종욱 <수의사>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