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블록버스터’

 동시대의 한국인들에게 ‘노무현’은 부채의 이름이다. 고인이 정의롭지 못한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 퇴임 후 이명박 정권의 과도한 수사에 맞서 스스로 목숨을 던졌을 때, 고인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노무현을 다루는 영화들에 관객들은 열띤 호응을 보낸다. 부림 사건을 변호할 당시의 노무현을 극화한 ‘변호인’에 1000만 넘는 관객이 화답했고, 작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인 ‘무현, 두 도시이야기’ 역시 심심치 않은 관객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에 뒤질 새라 ‘노무현입니다’에 보내는 관객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노무현입니다’는 영화의 만듦새에 있어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가 다분하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이 영화가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 매력적인 인물이 기적을 연출하는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노무현입니다’는 영웅서사의 다큐멘터리다.

 좀 더 풀어보자면 이런 것이다. 노무현은 지역주의를 타파하고자 여당의 텃밭이었던 부산에서 야당 뱃지를 달고 계속해서 출마하지만 지역주의의 벽에 막혀 연거푸 고배를 마신다. 그리고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선다. 2%의 지지를 얻고 있는 그는 누가보아도 대통령 후보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끌린 지지자들의 후원을 등에 업고 온갖 역경을 물리쳐 승리한다는 내용을 이 영화는 연출하는 것이다.

 이 영웅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이창재 감독은, 새천년민주당의 경선 과정을 극적으로 구성하고 있고, 경선 과정의 중간 중간에 ‘노무현의 사람들’이 인터뷰를 통해 노무현이 얼마나 멋진 인간인가를 드러나게 했다.

 이런 이유로 새천년민주당의 경선 과정은 영웅이 역경을 헤쳐 나가는 여정이 된다. 관객들은 그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가 궁금해지는 긴장감을 갖고 선거 과정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이창재 감독의 연출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감독은 경선 과정이 흥미로운 레이스처럼 보이도록 세심하게 연출하고 있고, 속도감 있는 편집을 바탕으로 음악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도록 했다. 특히 경선의 최대 승부처인 인천 경선 때는 할리우드의 액션 블록버스터에 버금가는 웅장한 음악을 사용하며 영웅의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와 함께 경선 과정의 사이사이에 들려지는 노무현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구축되는 과정이다. 이 인터뷰와 관련한 연출 역시 감독의 남다른 접근이 돋보인다. 인터뷰이가 카메라의 정면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특별하고, 인터뷰이의 얼굴을 프레임 가득 채우며 관객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감독의 이러한 인터뷰 방식은, 인터뷰이들이 계속해서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이 인간 노무현을 입체적으로 그리도록 돕는다.

 그리고 인터뷰이들이 각각 들려주는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고인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아름답고 순수했던 ‘바보 노무현’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바보 같은 매력이 많은 사람들이 고인을 따르고 돕도록 했음을 이 영화는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고인에 대해서 듣기 좋은 소리만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고인은 학력 콤플렉스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때로는 자기 원칙도 어긴 적이 있었음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노무현 역시 완전한 인간이 아니었고 자기완성을 향해 나아갔던 존재였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 영화는 노무현이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고, 그리고 그 매력적인 인물이 기적의 역전극을 완성시키는 ‘다큐멘터리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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