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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삶]판다 2000여마리 뿐…가축인지, 야생인지?
최종욱
기사 게재일 : 2017-07-03 06:00:00

 눈을 어디서 한 대씩 주먹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생긴 동물 알지? 그래 바로 우리 판다야. 너희들이 귀여워서 죽고 못 사는 동물이기도 하지. 그래서 인형도 많고 캐릭터 상품도 꽤 많아. WWF라는 세계자연기금 상징 동물이기도 하고 말이지. 그 유명한 판다가 지금 세계멸종위기동물이라는 사실 알고나 있니?

 우리 사는 곳은 중국에만 그것도 대나무가 풍부하고 연중 서늘한 산악지대로 한정돼 있어. 중국의 쓰촨성(쓰촨 자이언트판다 서식지는 세계문화유산),청하이성, 후난성, 그리고 티베트 동부의1800~4000m의 높은 산, 특히 기후가 잘 변하고 안개와 구름이 늘 끼어있는 습기 많은 가파른 경사지대의 숲이 우리가 원래 야생에서 은둔하며 유유자적 살던 낙원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야생에서 살긴 살지만 사람들에게 보호받는 곳에서 반 야생상태로 전 세계적으로 2000마리 정도가 살고 있지. 엄밀히 말하면 뭐 야생동물도 아니고 가축도 아닌 셈이야. 단지 국가 보호동물이고 각국에 빌려줘서 많은 외화를 받으니까 충분한 자금을 들려 보호할 가치가 생긴 거지. 사람들은 희귀하기도 하고 모양도 앙증맞아 아주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지.

 

중국, 대나무 풍족한 산악지대 생존

 원래 우린 서늘한 고산지대의 대나무 숲에서 호랑이 같은 천적들과 사람들 눈을 피해 마치 신선처럼, 대나무 가지와 잎을 먹으면서 우리끼리 작은 가족 단위로 뭉쳐서, 그야말로 이야기처럼 평화롭고 예쁘게 살아왔지. 신선 노름 하는 건 좋지만 먹는 것이 대나무나 몇 가지 나무 잎 정도로 워낙 부실하다보니 행동도 느려지고 새끼도 겨우 한두 마리씩만 낳아서 키우게 된 거야. 그러니 찾기도 어렵고 누가 일부러 험한 산을 올라 찾아오지 않으면 우리가 살고 있는지 조차 모를 지경으로 우린 간섭 받지 않고 우리 식대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 그런데 언제부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뭐 국가의 상징동물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우리를 관리한답시고 마치 포로처럼 약간의 방목장이 있는 동물원 같은 데 데려다가 마치 물건처럼 인공적으로 번식시키고 팔아먹고 한 거야. 야생동물들은 오랜 진화를 거쳐 특정한 환경에 적응한 동물들이야. 어떻게든 인간의 간섭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결국 원래 사는 곳에서 더 이상 못살게 되어있지. 멸종하던지 아니면 인간의 보호 아래 들어가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해.

 그들은 우리를 돈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정치 외교에도 써먹어. 그래서 우리를 흔히 정치동물이라고도 부르지. 강대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할 때 우리를 끼워 넣어 주는 걸로 그들(중국)의 호의를 과시하거든. 우리가 뭐 물건이니? 선물로 주고받고 하게. 그래서 우리는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별로 미국, 캐나다, 일본 등 각국의 낯선 동물원에 눈요기 감으로 가 있는 거야. 뭐 우리가 애완동물도 아니고 중국에서 사람들이 마음대로 정한 보호구역에만 사는 것도 나름 억울한데 낯선 나라 낯선 환경, 그리고 마음에 들던 안 들던 한두 마리만 좁은 우리에 구겨 넣고 겨우 판다라는 구색만 맞춰 전시당하는 외국에 팔려간 판다들의 운명은 얼마나 가혹하니?

 그렇게 보호를 열심히 해도 우린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 때보다 점점 더 살아있는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단다. 보다 못한 중국에선 사람이니 가축한테나 쓰는 인공수정기술까지 도입해 우리 수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긴 하지. 물론 우리도 멸종되기를 바라겠니? 다만 우린 매우 민감해서 우리를 조금만 못 살게 굴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큰 병에 걸리거나 아예 후세를 잇는 활동을 중단해 버려. 그것이 우리가 고유한 우리만의 순수성을 간직하고 지금까지 살아 온 비결이기도 하지.

 

외교 관계 활용…각국에 ‘선물’로 흩어져

 우린 마치 우리 눈가에 있는 어둔 무늬마냥 누가 우선 한 대 때리고 나서 치료해준다고 병원에 데려가는 그런 꼴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 그걸 흔히 병 주고 약 준다고들 하지. 가만히 학자들이나 방송에서 연구나 자료보존을 위해 살짝 드나들고 우리가 사는 곳을 인정해주고 사람들 출입을 금했으면 지금 같은 멸종위기까지는 안 몰렸을 거야. 그리고 굳이 직접 모습을 못 보더라도 신비한 동물 판다가 살고 있는 중국, 이렇게 중국 전체가 판다의 나라인 양 환상을 심어줄 수도 있었을 거야. 왜 굳이 눈앞에서 실물을 직접 봐야 직성들이 풀리는지 우린 그런 욕심 많은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자기들은 실체도 없는 추상적인 국가, 정치 같은 걸 만들어서 그것에 목숨을 걸면서 말이야.

 그렇게 인위적으로 간섭하고 좁은 곳에 가두어 기르다 보니 전혀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해. 근년의 쓰촨성 대지진 같은 거야. 그때 그곳에 살던 사람들도 많이 죽었지만 우리가 살던 곳도 많이 피해를 당했지. 중국 당국에서 쉬쉬해서 정확히 우리가 몇 마리 죽었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많은 수가 사라져 버렸을 거야. 자신들에게 없는 능력이니 사람들은 믿거나 말거나 하겠지만 동물들은 어느 정도 대자연에 대한 예측능력이 분명히 있고 이것을 육감이라고 부르기도 하지. 그런 게 있어서 위험이 닥쳐오면 갑자기 불안해지고 어디론가 피해야 할 필요성을 몸으로 느끼는 거야. 주로 높고 광활한 곳으로 말이지.

 지금도 한국의 에버랜드에 아이바오와 러바오 판다 두 마리가 최근에 들어와 마치 귀한 손님 마냥 전용 호텔 같은 동물사에서 다른 동물들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대접을 받으며 살고 있지. 물론 우리도 해외여행하고 해외에서 좋은 곳에서 잠깐 머무르는 것까지는 좋아. 하지만 그곳에 갇혀서 마치 가택연금처럼 영원히 수많은 사람들의 눈요기 감으로 산다는 것은 정말 끔직한 일 아니겠니?

 

6번째 손가락의 비밀

 제발 우리를 사람들을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우리가 사는 곳을 보호해주고 우리를 가만히 놓아줬으면 좋겠어. 그럼 우리도 가끔 사람들이 몰래 몰래 찾아오면 모른 척 하면서 우리가 사는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바로 너희들이 좋아하는 그 신비주의 콘셉트로 갔으면 가장 좋겠어. 지구상에 하나쯤 정말 특이하고 멋진 동물이 살고 있는 아주 깊고 깊은 산속 왕국이 있고 그걸 평생 한번 찾아보는 게 모두의 버킷리스트라면 사람들도 꿈을 간직할 수 있어 좋고 우리 판다들도 평안을 누릴 수 있어 좋을 텐데 말이야. 아무튼 서로 잘 좀 해보자고.

 혹시 판다 손가락이 6개인 것 알고 있니? 사람들이나 곰들의 손 발가락 개수는 모두 5개씩이지만 판다는 손바닥에 돌기 같은 손가락이 하나 더 나있지. 다른 손가락처럼 뼈가 있는 건 아니야. 굳이 분류하자면 자연스런 혹 같은 거라고 해도 되겠지. 그 손가락은 우리가 대나무 줄기를 먹을 때 바로 그 줄기를 단단히 쥘 수 있는 역할을 한단다. 그래서 판다의 6번째 손가락은 형질 유전학에서 아주 중요한 증거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해. 특별히 팁으로 알아둬.

최종욱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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