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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삶]영화 속 동물세상 - 혹성 탈출
사랑하고 협력하고 교감하니
유인원은 비인간 인격체
최종욱
기사 게재일 : 2017-08-07 06:00:00
▲ 영화 `혹성 탈출-반격의 서막’.
 인간과 98.5% 유전자가 같은, 우리와 매우 닮았지만 또 매우 다르기도 한 침팬지는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된다. 그 대표작인 `혹성탈출’은 디스토피아의 미래 즉 동물인 침팬지와 고릴라, 오랑우탄이 우리 사람을 지배하는 암울한 세상을 다뤘다. 비록 인간(호모 사피엔스)이 현재 가장 지혜로워(?) 지구를 좌지우지 한다지만 동물들 또한 진화를 거듭하면 할수록 그리고 환경이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사람만큼 영악해 질 수도 있고 우리를 되레 지배할 수도 있다는, 가능한 상상을 떠올리게 만든 SF영화이다. (미국,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 찰턴 헤스턴 주연, 1968년 최초)
 
▲ 유인원이 지배하는 세상 속 인간
 
 우주비행사인 테일러(찰톤 헤스톤)는 3명의 일행과 함께 외계의 생명체를 찾아 우주여행을 나선다. 광속으로 움직이는 우주선에서 세 명은 시간의 급격한 흐름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동면 상태로 들어가고 미지의 행성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곳은 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곳이어서 숨도 쉴 수가 있다. 행성 탐험을 하다가 말을 탄 고릴라 일행에 쫓긴 일행 중 한 명은 살해당해 박물관의 박제가 되고 나머지 두 명은 잡혀서 말하는 유인원 세계에 갇히게 된다.

주인공 테일러를 제외한 또 한 명은 뇌 절제수술을 받아 말과 생각을 거세 당한다. 테일러는 그곳에서 과학자인 침팬지 지라 박사의 연구대상이 되어 서로 친해지고 그의 애인이며 고고학자인 코넬리 박사와도 가까워진다.

 그들은 다른 호전적인 유인원들로부터 그를 보호한다. 하지만 이미 인간의 위험성에 대해 알고 있는 있던 오랑우탄 자이우스 박사는 테일러에게도 뇌 절제 수술을 하려하지만 두 침팬지 과학자에 의해 제지당한다. 이에 분개한 자이우스는 지라와 코넬리 박사를 고발하여 법정에 서게 만들고 테일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그들은 함께 탈출하여 고대 유적지에 이르러 인간의 역사 기록을 보게 된다. 거기에는 하등 동물로 여겨졌던 인간에 대해 `인간을 조심하라. 탐욕에 눈이 멀어 신의 창조물을 유희로 살해한다. 땅을 차지하기 위해 형제를 살해한다’는 인간의 잔혹성과 지구 파괴의 역사에 대해 짤막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자이우스 박스는 한때 자기들을 지배했던 인간의 비밀을 덮기 위해 그 유적지를 파괴하려 든다. 그리고 도망치려는 테일러에게 무얼 찾아도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경고를 날린다. 결국 테일러는 함께 갇혀있던 여자 인간인 노바와 함께 유인원의 포위망을 가까스로 벗어나게 되지만 바닷가에 이르러 무너진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이곳이 지구이고 인류가 이미 멸종되었으며 자기 우주선은 결국 지구를 떠나지 못했음을 그리고 더 이상 이곳을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한없이 절규하게 된다.
 
 ▲인간과 가장 닮은 침팬지
 
 우리와 닮았고 행동도 비슷하지만 유인원의 연구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고고학자이자 영장류 학자인 루이스 리키 박사가 그의 세 딸로도 불리는 세 명의 여류학자, 탄자니아 곰비 침팬지의 제인구달(1960~), 르완다 비룽가 고릴라의 다이앤 포시(1963~),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오랑우탄의 비루테 갈디카스(1970~)를 파견하면서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고 하겠다. 생태감수성과 관찰 능력이 뛰어난 그녀들은 각자의 유인원들과 동고동락 하면서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책(`인간의 그늘에서’ `안개 속 고릴라’ `에덴의 벌거숭이’)으로 논문으로 그리고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여 전 세계에 `유인원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람만이 진정 감정과 지혜를 가진 동물인가?’하는 의문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들은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고, 매일 잠자리를 만들고, 끈끈한 가족단위 생활을 하며 협동 사냥도 하고 때론 동종의 적들과 전략적인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데카르트의 동물기계론 이후 감정이 없고 심지어 고통도 모른다는 동물과 인간을 구별해서 보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이들의 모험적인 연구로 인해 많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은 동물도 감정이 있고 생각을 하며 고통을 느낀다는 걸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혹성탈출’ 역시 이런 1960년대 쏟아진 동물탐구 기조에 힘입어 나온 영화였고 반전의 의미도 닮고 있다. 제1, 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의 베트남전 등 대량학살 무기시대의 전쟁을 통해 인간은 현실 속의 지옥을 경험하고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으며 그것이 그들을 결국 파멸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인간성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인공 인간 테일러와 교감을 하는 동물은 유인원 중에서도 침팬지들이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우리와 가장 닮은 동물이 침팬지고 분류학상이나 유전자 지도 역시 그 지표를 강력히 뒷받침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독일의 영장류 연구소에서는 수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6세 아이 정도의 지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침팬지와의 완전한 대화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침팬지와 고릴라, 오랑우탄은 돌고래, 범고래 등과 함께 거울을 보고 자기임을 인식하는 비인간 인격체라고 부르고 있다. 침팬지 두 종 중 하나인 보노노 침팬지는 암수가 마주보고 사랑을 나누며 싸움이 아닌 동성 혹은 이성 간의 성적 교감을 통해 무리의 평화를 다지는 사랑의 유인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환경 파괴 인간들, 지구서 추방당할 수도
 
 이 영화는 현실을 훨씬 추월해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선가 상상 가능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 테일러가 절망했듯 지금과 같이 자연 지배적인 인간이, 보호자 역할을 방기하고 동물들을 그들의 그늘 아래 신음케 하고 지구환경을 망치고 공생이 아닌 파괴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면 머지 않는 미래 세계는 이미 인간에겐 존재하지 않는 혹은 추방당한 세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강력하게 시사한다.

 `혹성탈출’은 영화기술의 발전에 맞춰 계속 리메이크 되는 대표적인 영화이다. 처음에는 조잡한 동물 탈을 쓴 어색한 배우들이 연기했던 유인원들이 차츰 진짜 인간화 된 동물들처럼 자연스레 표정을 짓고 연기하는 수준에 이르러 있다. 최근작으론 연구실에서 인간에겐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게 된 침팬지가 유인원들을 지배하게 되고 인간에게 반기를 드는 걸로 시작되는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2011), `혹성탈출-반격의 서막’ 편(2014)이 있다. 이 2부작은 원작 1968 `혹성탈출’의 동굴 속에서 짤막하게 발견된 인간의 역사 즉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다른 영장류와의 전쟁에 패해서 멸종당하는 그 배경이야기를 암울하게 그리고 있다.
최종욱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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