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 몸에 코끼리 귀 개의 눈

 흠! 하마와 돼지, 코끼리, 듀공의 합성이라고? 의견은 분분하지만 내가 보기엔 털 없는 하마 몸을 기본 틀로 해 코끼리처럼 귀를 늘어뜨리고(돼지는 대개 귀가 쭉 올라가 있다) 눈은 개의 눈처럼 만든 것 같다.

똥을 싸며 꼬리를 흔드는 모양하며(하마의 똥은 대개 무르게 나와 꼬리를 흔들면 완전히 산산조각이 돼버리는데 여기선 그냥 정체모를 토끼 똥 같은 딱딱한 똥이 되어 총알로도 쓰인다) 발바닥 모양 그리고 생김새, 피부 모두 둔중해서 건기에 이동도 못하는 하마에게서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생식기는 분명 암컷이라고 대사 중에 나오는데 옥자는 분명 해부학상 하마 수컷의 생식기 모양을 하고 있다. 이걸 옥에 티라고 부르기도 뭐하다. 지구에 없던 생물을 만든 것이니….

하마는 원주민이 비상식량으로 간혹 먹긴 하지만 별로 맛은 없다고 한다. 만일 하마나 코뿔소가 맛이 있었으면 벌써 멸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 조작 돼지라 하는데 옥자에선 돼지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만일 유전자 조작을 했다면 아마 하마의 체구에 돼지의 맛 정도나 곁들었을 것 같다. 물론 코끼리나 바다 포유류인 듀공(코의 모양이 살짝 닮긴 했다)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유전자 조작…돼지 흔적 찾기 어려워
 
 그러나 저러나 영화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미란다’란 다국적 회사에서 슈퍼돼지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놓고 유명 동물야생다큐 수의사를 동원해서 마치 자연에서 기적적으로 신품종이 나온 양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그 중 26마리 돼지를 세계 곳곳에 한 마리씩 분양한 후 10년 후 돼지 품평회를 열어 자연 교배와 유기농 사육 방식으로 키운 가장 우수한 형질을 선발한다고 발표한다. 여기에 한국으로 분양한 옥자도 포함되어 있다. 소녀 미자와 그녀의 할아버지는 옥자를 산에서 마음껏 다니도록 방목한다.

옥자는 10년의 검증결과 세계에서 가장 잘 키운 돼지로 평가를 받아 품평회에 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미 미자와 옥자는 자매처럼 서로에게 길들여져 있다. 옥자는 돼지지만 아주 영리해서 곧잘 사람 말을 알아듣고 물고기를 물 밖으로 밀어내려고 육중한 몸을 물속으로 풍덩 내던지기도 하고 절벽에 걸린 미자를 구해내려고 인간도 생각해내기 힘든 순간 이타적 재치를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옥자는 결국은 법적으로 미란다 회사의 소유라 뉴욕품평회에 나가야하고 품평 후 육질을 평가받기 위해 도축까지 하게 돼 있다. 회사 사람들은 미자에게 옥자를 데려가는 것을 숨기고 몰래 데려가려 하지만 미자에게 들키고 우여곡절 끝에 미자는 옥자를 따라 서울과 뉴욕으로 함께 동행하게 된다.

 한편 옥자를 수송하는 도중에 ALF(동물자유투쟁)라는 동물보호단체까지 가세하여 그야말로 트럭에 실린 옥자를 쫓고 쫓기는 난장판이 돼버린다. 끝내 뉴욕품평회장까지 이 사건은 이어지고 품평회에서 ALF를 통해 미란다 기업의 치부가 드러나고, 옥자는 인간들의 싸움을 틈타 미자와 함께 탈출엔 성공하는 듯 하지만 곧 블랙쵸크라는 동물전문 경찰특공대에 붙잡힌다. 옥자가 잡혀 도축장의 이슬로 사라지려는 찰나 미자는 싱겁게도 미란다 사장과 금돼지를 교환자고 거래한다. 옥자는 다시 미자 품으로 돌아오고 도축장에서 구한 다른 옥자의 새끼 한 마리와 함께 다시 산속 행복한 생활로 돌아간다. 다소 결말부분이 맥이 빠지는 느낌의 동물보호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인간의 욕망이 괴물을 만들어내다

 하지만 옥자를 통해서 전해지는 메시지는 단호하다. 빅히스토리 학자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언급했듯 브레이크 풀린 인간의 걷잡을 수 없는 야망이 어떤 괴물을 만들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인간이 직접 지적설계자(신)가 되어버리는 유전자 만능조작 시대를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맹목적으로 맘모스를 다시 되살리려는 해프닝도 이 영화와 비슷한 것 같다.

 영화의 메시지가 좀 더 차분했더라면, 옥자가 여러 동물의 하이브리드가 아닌 좀 더 과학에 근거한 그럴싸한 캐릭터(혹성탈출 유인원들 마냥)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좋은 영화였다. 이런 단순한 스토리는 보기엔 편하지만 울림이 약하다. 하지만 ‘설국열차’를 만든 세계적 감독 봉준호표 SF 영화 제작이 옥자를 통해 더욱 힘을 얻었으면 한다.

거기에 외국 유명 배우들이 한국을 무대로 종횡무진하는 장면들도 무척 신기하고 자랑스럽다. 여기에 ‘인터스텔라’와 ‘덩케르크’ 같은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영화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같은 감독들처럼 봉준호표 특수효과에 한국표 멋진 스토리가 함께 곁들여진 진한 국물 같은 작품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최종욱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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