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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삶]영화 속 동물세상-‘조의 아파트’ 바퀴벌레
가장 어둡고 낮은 곳의 ‘천사’
최종욱
기사 게재일 : 2017-10-23 06:05:02
 바퀴벌레는 동물 중 약한 축에 속하지만 가장 혐오의 상징이다. 하지만 그네들이 그렇게 공룡부터 인류 등장 훨씬 이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화석동물로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에 꼭 필요한 존재라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에게 혐오감을 주는 이유는 좀 크면서 징그럽고 더러운 곳에 산다는 데 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모호하게 전해 내려온 학습효과에 기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글에 사는 바퀴벌레는 일부 나라에서도 식용으로도 쓰이고 있다지 않은가! 우리가 바퀴벌레의 어두운 측면만 너무 편향되게 보다보니 지구환경에 미치는 순 효과 같은 것은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에게 필히 장의사가 필요하듯이 도시에도 반드시 더러운 곳에서 번성하여 그곳을 정화할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아마도 바퀴벌레들은 순순히 자기를 희생하고 사는 가장 어둡고 낮은 곳의 천사일지도 모른다.
 
▲바퀴벌레 4만 마리와 동거
 
 ‘조의 아파트’(1996, 미국, 감독 : 존 페이스)의 조는 시골에서 대도시 뉴욕으로 취직을 위해 온 촌뜨기이다. 그러나 뉴욕행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세 번의 강도를 당해 가진 것을 모두 탈탈 털리고 만다. 말 그대로 도시는 가만히 있으면 코 베어가는 잔혹한 세상임을 절실히 실감한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우선 살 거처를 찾는데 도대체 이놈의 월세 가격이 너무 높아 그가 예상한 가격의 거의 10배를 상회한다. 어느 날 죽은 것처럼 거리에 누워있는 한 예술가를 발견한다. 그가 이틀 동안 죽은 척 할 때 유일하게 그를 아는 척 한 사람은 조가 최초였다. 그는 고마워서 조에게 적극적으로 너무 낡아서 50년 전부터 가격동결인 아파트를 찾는 걸 돕는다. 그러던 중 임차인 아주머니가 강도들에게 쫓기다 집 앞에서 죽는 일이 벌어지고 지나가던 조는 즉시 그 죽은 사람 아들로 가장해 그 집의 주인이 된다. 드디어 조는 뉴욕에서 집을 갖게 됐지만, 그 집은 사실 바퀴벌레들이 우글거리는 소굴이었다. 무려 4만 마리가 그 집안에 살고 있다. 그런데 조는 그런 바퀴벌레들하고도 친구가 될 정도로 원래 청소하고 씻는 거하고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니 바퀴벌레들은 아주 좋은 주인이 왔다고 그를 친구로 여기고 도와주려 노력한다. 조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우연히 차창 너머로 꿈에 그리던 여인 릴리를 보게 된다. 그녀는 시청에서 전화교환업무를 하고 있지만 그녀의 꿈은 조가 사는 아파트 주변 폐허에 시민공원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녀의 아버지 상원의원은 그곳은 어차피 강도나 마약상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니 연방교도소를 짓고 싶어 한다. 조와 릴리는 길에서 포스터를 붙이다 운명처럼 마주친다. 릴리는 공원화 캠페인 광고를, 조는 길에서 구해준 예술가가 속해있는 밴드인 ‘shit’ 광고를 붙이고 있었다. 조는 릴리에게 식물에게 비료가 될 똥을 자기가 모아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날로 길에 굴러다니는 개똥, 말똥, 코끼리 똥 등을 수집하여 버스에 타는데 승객들이 모두 코를 막지만 그는 릴리가 기뻐할 일만 생각하다 차창에서 릴리가 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급 실망하여 실의에 빠져버린다. ‘말하는’ 바퀴벌레인 랄프와 로렌은 그런 그를 위로하고 버려진 코끼리 똥 속에서 꽃이 자랐다고 알려준다. 조는 또 오줌정화 회사에도 취직하게 된다. 오줌정화 회사 유니폼을 입고 꽃이 자란 똥을 가지고 다시 용기를 내어 마지막으로 릴리를 찾아가게 되고 릴리는 그 안긴 사람이 아버지였다며 급기야 조와 사랑이 시작되고 조의 아파트까지 함께 오게 된다. 바퀴벌레들은 그의 연애를 응원하지만 너무 자기 일처럼 좋아한 탓에 키스를 하려는 릴리의 몸 위로 바퀴벌레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려 버린다. 릴리는 놀라서 달아나고 조와도 결별을 하게 되고 약간 타락해버린다. 결국 아버지의 비서가 되어 연방교도소를 추진하지만 바퀴벌레들이 밤새 조를 위해 그 공터를 완벽한 푸른 공원으로 바꾸어 놓아 상원위원은 어떨 결에 그곳이 공원부지임을 선언해 버리고 조와 릴리는 바퀴벌레들 덕분에 화해하고 다시 불타는 키스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노숙, 똥, 오줌, 흙탕물 등 더러운 것이 난무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불러오는 카타르시스가 만만치 한다. 그리고 바퀴벌레들이 뮤지컬처럼 펼치는 단체공연도 볼 만하다. 혐오스럽지만 그래서 더 상쾌한 볼거리 중 하나이다.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
 
 음습한 바퀴벌레를 유쾌한 코미디 쇼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바퀴벌레의 생태를 이처럼 사실적으로 표현한 영화도 드물다. 하지만 우리가 진흙탕 속에 빠져 놀면 즐겁듯 이 영화도 더러운 오물 속에 빠진 돼지처럼 우리를 시종일관 즐겁게 한다. 마치 영화에서 똥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만도 같다. 그러나 코끼리 똥 속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듯 영화는 우리 마음속에 한줄기 단비를 내려준다. 바퀴벌레들은 자기들보고 꺼지라는 조에게 과연 이 집 그리고 지구의 주인이 누구이고 누가 먼저 살고 있었냐며 인간의 마지막 시체위에 핀 데이지 꽃을 기어다닐 종족도 자기들이라고 선언한다. 그 말이 가슴속에 깊이 다가온다. 조는 계속해서 바퀴벌레들 때문에 작은 고난들을 겪지만 또한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것도 바퀴벌레들이고 위기 때마다 그를 구해주는 것도 세상에서 가장 무시당하고 퇴치대상인 이 바퀴벌레들이다. 영화를 보면서 과연 이 지구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우리 편의대로 세상을 멋대로 재단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자꾸 곱씹어보게 된다. 이 영화는 가끔 마음이 울적할 때 다시 보면 세상 어느 영화보다도 진한 카타르시를 선사할 것이라는 걸 내 경험으로 감히 장담하는 바다.
최종욱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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