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코끼리는 없는 영웅의 귀환

 동물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이 사람 동물 이야기는 정글북과 함께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간도 어차피 학명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종이기 때문이다. “아아아~아아!” 이 낮고 긴 이 묵직한 포효 소리! 살면서 어디선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봤을 그 우렁찬 밀림의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타잔’이다. 타잔(tarzan)은 원숭이 언어로 ‘하얀 피부’라는 뜻이라고 한다. 타잔의 탄생은 1914년 미국 대중 소설가 버로스에 의해 ‘유인원 타잔’이란 소설이 처음 나오면서부터이며 그 이후로 TV 시리즈와 영화 등으로 400편 이상이 제작돼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타잔은 정글북의 늑대가 키운 모글리와 달리 ‘망가니’라는 고릴라와 침팬지 중간 정도의 가상의 유인원에 의해 양육된다. 그 동안 타잔의 활동무대가 단순히 아프리카 정글이라고 뭉뚱그려 그려진 반면에 이번 영화(2016, 레전드 오브 타잔, 미국, 감독 : 데이빗 예이츠)에서 확실한 활동무대는 아프리카 콩고이고 태어난 곳은 영국이라고 나온다. 아프리카에 부모와 함께 비행기 사고로 좌초돼 나무 위에 살던 타잔 가족을 망가니들이 나타나 타잔의 부모를 죽이고 아기 타잔을 데려다 키워 유인원으로 길러내고 그 후에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다. 가끔 동물들의 모성애는 엉뚱한 곳으로 발현되기도 하는데 그건 자연에서 우리가 강아지를 사랑하듯 타종의 새끼를 자식처럼 돌보는 경우는 왕왕 일어나는 일이다. 이것을 범지구적 이타성이라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다.
 
▲‘레전드 오브 타잔’의 재탄생
 
 타잔 영화는 애니메이션 등으로 많이 만들어졌지만 완성도 높은 작품은 아무래도 실사 영화인 이번 ‘레전드 오브 타잔’인 것 같다. 유명 배우들(마고 로비, 사무엘 잭슨, 스카스가드 등)도 나오고 동물들도 사실에 입각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도대체 이제는 현실에 구현 못할 동물이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 우주도 동물도 심지어 곤충들까지도 모두 내 맘대로 연출이 가능하다. 고로 옛날 SF 고전 명작들을 한번쯤은 모두 다시 실사 영화로 재탄생 시켜 보았으면 좋겠다. 최근 모비딕도 만들어졌으니 마지막 남은 게 해저 2만리나 15소년 표류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한때 타잔으로 불렸던 존은 이제 어엿한 영국의 귀족이자 상원의원으로 대저택에서 영국 신사로 산다. 그런데 어느 날 아프리카 흑인 노예제를 반대하는 윌리엄스가 나타나 타잔의 친구들이기도 한 부족들을 구하기 위해 함께 콩고에 가자고 설득한다. 1884년 현재 콩고는 벨기에의 식민지 상태고 벨기에 왕 레오폴드는 그의 충복인 롬을 시켜 콩고에서 노예를 이용한 다이아몬드 채광과 상아무역을 통해 부를 창출하려고 한다. 타잔은 윌리엄의 제안에 의해 부인인 제인(마고 로비)과 함께 아프리카로 떠나지만 사실 그건 롬의 음모이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타잔에게 아들을 잃은 음봉가 추장은 그에게 타잔을 데려오면 다이아몬드를 얼마든지 주겠다고 롬에게 약속했기 때문에 타잔에게 벨기에 왕의 이름을 빌어 초청장을 보낸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콩고에 도착한 타잔 일행은 사자와 옛 친구 부족들을 만나 더 없이 기뻐한다. 부족들도 그들을 식구처럼 반가이 맞아준다. 그러나 타잔을 노리고 있던 롬과 용병들이 갑자기 마을에 쳐들어와 타잔을 잡고 추장을 죽이고 제인까지 납치해 간다. 타잔은 윌리엄스와 부족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탈출한다. 이제 타잔은 문명의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부족의 용사들과 윌리엄스와 함께 제인을 구하러 나선다. 볼모가 된 제인은 롬에게 온갖 협박을 당한다. 심지어 부족의 청년 와심부를 익사시켜 제인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만 제인은 물에 뛰어들고 와심부를 구해내 가까스로 달아난다. 하지만 다시 하마에게 쫓겨 올라간 밀림 안에서 사나운 망가니 떼를 만나 꼼짝도 못하게 되는데, 뒤쫓아 온 롬이 망가니 고릴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 다시 제인을 잡아간다. 이에 성난 망가니들은 그들을 뒤쫓아 공격하려 하지만 때마침 나타난 타잔이 망가니의 대장을 그들의 총알 세례로부터 구해내고 서로 앙숙이었던 둘은 공동의 적과 맞서 싸우는 친구가 된다.

 타잔은 제인을 구하러 롬 일행을 추적하다 결국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음봉가 부족 한가운데 둘러싸이게 되지만 추장을 제압한 후, 자신의 어미를 죽인 추장의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전후사정을 말하는 가운데 망가니들이 나타나 타잔을 둘러싸고 대치한 끝에 추장과 타잔은 서로를 용서하기로 하고 타잔을 보내준다.

 제인은 결국 롬의 증기선을 타고 보마 항구까지 오게 된다. 그 항구에는 다이아몬드를 노리고 용병들을 사서 싣고 온 무장한 대 선단이 이미 보마 앞바다에 도착해 있다. 그들은 장차 대포와 기관총 같은 무력을 이용해서 콩고 전역을 장악하고 노예와 다이아몬드를 모두 차지할 심산이다. 그리고 음봉가 추장에게서 타잔을 팔고 얻은 다이아몬드가 그 일차 협상물이었다. 그러나 타잔이 불러 모은 누떼들이 병력이 집결한 항구를 급습한다. 타잔은 기관총탄을 피해 밧줄을 타고 날아가 제인을 구해내고 바로 롬을 잡으러 달아나는 배로 헤엄쳐간다. 윌리엄스가 쏜 기관총에 의해 거의 반파된 증기선에서 타잔은 롬의 거미줄로 만든 질긴 목걸이에 목이 감겨 죽음의 위기를 맞지만 그는 목걸이를 끓어 내버리고 롬을 바다에 차 넣어 악어법이 되게 놔둔 체 제인에게로 돌아와 마침내 둘은 뜨겁게 키스를 나눈다. 롬이 당하고 다이아몬드마저 바다에 버려진 걸 본 대 선단은 뱃길을 돌려 모두 돌아가 버린다. 윌리엄스는 벨기에 왕에게 불법 노예모집에 관한 정식 항의서를 보내 더 이상 노예통치를 못하게 만든다. 그 후 일년, 타잔은 아프리카에 계속 머물러 살면서 제인에게서 둘의 아이가 태어나고 타잔은 망가니들과 함께 밀림을 넝쿨 줄을 타고 신나게 날면서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코끼리 눈빛은 위대한 언어”
 
 타잔에 대해서 밀림에서 10원짜리 빤스 입고 사자와 싸우는 유년기적 잔상만 남아있었는데 이 영화는 타잔 전후 이야기를 잘 풀어내주어 타잔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도 타잔이란 누구인가에 대해 대충 알 수 있게 만들어졌다. 예전 작품들이 밀림의 왕 타잔이었다면 이 영화는 인간의 관점에서 그려낸 인간 타잔에 충실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도 둘은 결국 인간도 동물이란 큰 의미에서 서로 보완되고 이어진다.

 타잔이라면 빠질 수 없는 요소들, 즉 코끼리, 사자, 포효도 비록 잠깐 잠깐 나오지만 역시 변함없이 우리를 울렁이게 한다. 이 영화에 나온 동물들만 대충 봐도 먼저 망가니 고릴라, 사자, 악어, 하마, 타조, 얼룩말, 코끼리, 누가 차례대로 계속 나온다. 그들 모두 각자 나름대로 자기 역할을 다해낸다. 타잔이 코끼리를 보면서 그들의 눈빛은 위대한 언어라고 이야기할 때 급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타잔과 부족들이 절벽 위에서 나무위로 미련 없이 사뿐히 뛰어 내리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장면도 압권이다. 이 영화에서는 간혹 일반 고릴라 보다 훨씬 호전적이고 큰 망가니 고릴라와 제인의 역할에서 킹콩의 향기가 좀 묻어나긴 하지만 킹콩 영화에서도 타잔의 향기가 좀 나는 것과 다름없다. 사실 정글북, 킹콩, 타잔, 혹성탈출 같은 영화는 서로 내용과 주제가 이어져있기도 하다. 조금 아쉬운 건 타잔의 친구 침팬지 치타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 아아아아아~ 하고 부르면 멀리서 듣고 뿌우웅 화답하고 달려오는 코끼리 떼가 없다는 것(물론 누 떼가 대신하기도 하지만 서운하다.) 어렸을 적 애타게 기다렸던 주말 오후의 타잔시리즈 방영시간처럼 우리의 영원한 영웅 ‘타잔’의 재등장은 늘 반갑고 설렌다. 적어도 목 빠지게 그를 기다렸던 흑백TV와 손으로 전파의 방향을 잡던 수동식 안테나의 추억의 간직한 이들에게 만큼은~.
최종욱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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