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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영 영화읽기]‘외롭고 높고 쓸쓸한’
오월 여성들에 대한 값진 기록
조대영
기사 게재일 : 2017-11-24 06:05:01
‘외롭고 높고 쓸쓸한’은 제6회 광주독립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이 작품은 역사가 주목하지 않았던 ‘오월여성’들의 항쟁 당시와 현재 모습을 6 년여에 걸쳐 담아낸 값진 기록이다.

영화의 제목인 ‘외롭고 높고 쓸쓸한’은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에 들어 있는 시어다. 김경자 감독이 이 시어를 제목으로 선택한 이유는, ‘오월여성’들의 항쟁 당시와 현재 모습을 함축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가 주목했던 광주민중항쟁의 주역은, 총을 들고 싸웠던 시민군과 도청을 사수하다가 투옥되었거나 산화해간 항쟁지도부들이었다.

그러니까 그간 5·18은 남성과 명망가들 중심으로 기록되고 인구에 회자되었다.

그러나 여성들 역시 주먹밥을 만들고, 대자보를 쓰고, 시체를 수습했으며, 가두방송을 했고, 항쟁지도부들의 입에 들어가는 밥을 짓기도 했다.

한데도 역사는 여성들의 이런 활동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광주민중항쟁 30주년을 기념해서 엮어 낸 ‘구술로 엮은 광주여성의 삶과 5·18’(개정판 ‘광주, 여성’)은 오월을 경험했던 여성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들려주었던 값진 저서였다.

김경자 감독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은, ‘오월여성’들의 항쟁당시의 경험과 현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이는 구술 작업과는 또 다른 수고로움이 필요한 의미 있는 작업이다. ‘오월여성’들을 카메라 앞에서 말하게 한다는 것은, ‘오월여성’들의 마음을 얻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김경자 감독은 ‘오월여성’들의 동지가 되었다.

영화의 도입부는 경북 안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차명숙님의 모습과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를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오월여성’들의 모습이 차지한다.

보통 영화의 오프닝은, 허투루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도입부는 이후 전개될 영화를 응축하고 있다. 그렇게 ‘외롭고 높고 쓸쓸한’은, ‘오월여성’들 중에서도 항쟁 당시는 물론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분들을 주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1980년 5월20일 새벽에 울려 퍼졌던 가두방송 목소리의 주인공인 차명숙 님과 5월27일 새벽 도청에서 마지막 방송을 했던 박영순 님을 공들여 담아내고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확성기를 통해 광주시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했고, 시민들의 항쟁의지를 불태웠던 장본인들인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서구 화정동에 소재하고 있는 505보안부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고, 간첩으로 몰려 투옥되는 등 신산한 삶을 통과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 점에서 계엄군에게 끌려가 치도곤을 당했던 차명숙 님이 37년 만에 현장을 방문해 그때를 반추하는 대목은, 몸서리 처지는 역사의 증언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참담하게 한다.

이 영화의 힘은, ‘오월여성’들이 항쟁 당시 경험했던 말의 무게에서 나온다.

이런 이유로 이 다큐멘터리는 ‘오월여성’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체험을 편집을 최소화한 채 묵묵히 지켜본다. 그리고 자막을 일절 배제하여 ‘오월여성’들이 말하는 입과 얼굴에 주목하도록 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고통의 시간을 이겨 내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항쟁당사자들이 직접 체험한 말에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차명숙 님이 가두방송에서 쏟아냈던 “당신의 아들딸이 죽어가고 있는데 뜨건 방에서 뜨건 밥 묵고 뜨건 이불속에서 잠이 오느냐”와 같은 말은 굉장한 힘이 있는 것이다.

‘오월여성’들의 항쟁당시를 귀담아 들었던 영화는, 이제 현재의 ‘오월여성’들의 활동으로 옮겨간다. ‘오월여성’들은 사드로 시름을 앓고 있는 경북 성주를 방문해 음식을 나눠먹고, 오월정신의 헌법전문수록을 위한 발족식에 참여한다.

그리고 제주도 강정마을과 4·3유족들을 만나며, 경북 성주와 제주도 강정이 ‘오월 광주’와 다르지 않음을 실천한다. 그렇게 ‘오월여성’들은 오늘도 ‘오월광주’를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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