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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영 영화읽기]‘러빙 빈센트’
고흐의 방식으로 담아낸 고흐
조대영
기사 게재일 : 2017-12-08 06:05:01
 고흐는 1890년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서른일곱의 나이였다. 고흐는 젊은 시절 미술상 점원으로 일했고, 벨기에 탄광에서는 전도사로 생활했다. 그러다가 동생 테오의 권유로 28살에 붓을 잡았다.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던 고흐는 숨을 거둘 때까지 200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이 그림들 중 단 1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던 무명의 화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화가로 남았다. 그것은 후대의 사람들이 고흐에게서 숭고한 예술가의 초상을 공감한 것이 주요 이유일 것이다.

 고흐의 인생은 범상치 않았다. 자신의 귀를 스스로 자른 기행부터 권총 자살로 마무리된 굴곡지고 극적인 인생사는 수많은 매체를 통해 되풀이 되었다. 영화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알랭 레네는 고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었고, 빈센트 미넬리와 로버트 알트만 그리고 구로사와 아키라와 모리스 피알라 감독은 고흐의 삶을 영화로 선보였다. ‘러빙 빈센트’는 이 목록에 추가되는 영화들 중 고흐에 대한 존경이 남다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부부감독인 도로타 코비엘라와 휴 웰치맨은 고흐를 고흐의 방식으로 담아낸다. 그러니까 이들은 고흐의 회화스타일을 초당 12점의 유화로 그려내며, 95분의 상영시간 동안 6만2450개의 프레임을 고흐적인 붓터치로 채우는 것이다. 실제 작품 90여점을 토대로 107명의 화가가 2년간 매달려 이뤄낸 성과다.

 이렇게 고흐의 회화 스타일을 영화언어로 선택한 ‘러빙 빈센트’는, 고흐의 이야기가 평면적인 전기가 되는 것을 탈피하고자 했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는 고흐의 죽음에 관한 의문을 푸는 미스터리구조를 차용한다. 고흐가 죽은 지 1년이 지난 어느 날, 주인공 아르망은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달했던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고흐의 마지막 편지를 테오에게 전달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테오 또한 고흐의 죽음 6개월 뒤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르망은, 고흐가 말년을 보낸 오베르를 찾아가 고흐와 알고 지낸 사람들의 엇갈린 증언을 듣게 된다.

 고흐를 후원했던 미술 재료상인 탕기 영감과 고흐가 죽기 직전까지 머물렀던 여관의 주인집 딸 아를린, 고흐의 후원자이자 의사인 폴 가셰 박사, 가셰의 딸인 마르그리트 등을 만나 인간 고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고흐에 관한 정보를 주지만 이들의 고흐에 대한 평가와 기억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고흐를 미쳤다고 하고, 누군가는 고흐가 무례한 한량이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고흐가 콤플렉스에 내내 시달렸다고 하며, 누군가는 고흐를 천재였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이 영화는 고흐의 삶과 죽음을 둘러싸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지만 고흐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여러 플래시백을 통해 고흐의 정체성에 관한 조각들이 하나씩 모이고,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단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고흐의 모습을 이 영화는 그려내는 것이다. 그리고 매순간 힘겨웠지만,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했음을 강조하며, 고흐에 대한 존경을 바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의 구조는 ‘시민케인’에서 빌려온 것으로 단조롭게 흘러가고, 캔버스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시각적 충격도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각적인 호강은 순간이지만, 이야기는 오래 남는다는 것을 이 영화는 기억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러빙 빈센트’는, 영화의 제목이 입증하듯이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넘치는 영화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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