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석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웹툰 작가였던 양우석 감독은 ‘변호인’으로 인생행로가 바뀐 경우다. 데뷔작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감독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변호인’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강철비’는 양우석 감독의 자신감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양우석 감독의 강점은, 한국 관객들의 집단무의식을 자극하는 소재를 동물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에서 찾아진다. 노무현의 정치인 이전을 극화한 ‘변호인’은, 고인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었던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며 국민영화가 되었고, ‘강철비’ 역시 핵과 한반도라고 하는 뜨거운 소재를 정면 돌파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양우석 감독은 한국관객들에게 무엇을 제시해야 사랑받을 수 있는 지를 직감하고 있다는 말이다.

 ‘강철비’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정을 제시하고 있고,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내부의 쿠데타 때문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그리고 북한의 선전포고, 남한의 계엄령,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 등 근 미래에 일어날 법한 전시 상황을 실감나게 제시하며 관객들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보는 현직 대통령(김의성)이 미국의 도움을 받아 핵공격을 준비하는 강경론을 펼치고, 남한과 북한은 하나라는 생각으로 한반도 평화를 고민하는 차기 대통령(이경영)의 모습에서는 한국 외교정치의 바로미터를 보는 듯 실감난다.

 이렇게 ‘강철비’가 다루고 있는 소재는 심각하거나 무겁다. 그러나 감독은 북과 남을 상징하는 두 인물을 배치하여 이를 해소하고자 한다.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와 남한의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한반도의 전쟁을 막기 위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역할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두 인물은 전쟁을 막는 것은 물론 무겁디무거운 이야기를 상쇄시키는 역할도 부여받는 것이다. 예컨대 두 인물이 휴게소에서 국수를 나눠 먹으며 수갑을 풀게 되는 장면도 그렇고, 중간 중간에 ‘아재 개그’를 구사하며 관객들을 무장해제 시키려는 대목도 그렇다. 그리고 지드래곤의 ‘삐딱하게’와 ‘미싱 유’를 부르거나 들려주며 남과 북이 대중음악으로 하나 될 수 있음을 내비치는 등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전달해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강철비’는 2시간 19분의 상영시간에 방대한 이야기를 구겨 넣으면서 여러 가지 허점을 노출한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부상을 입은 채로 휴전선을 그대로 넘는다는 설정부터 억지스럽다. 남한의 방어선이 어처구니없이 뚫리는 모습 등에서는 과한 비약이 보이는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이 영화는 많은 일들이 우연에 기대고 있다. 예컨대 병원에서 북한의 최고 권력자를 보살피고 있는 엄철우를 곽철우가 만나는 대목은 우연으로 넘기기에는 억지가 심하다. 또한, 북한과 남한의 두 철우가 짧은 시간에 가까운 지기처럼 발전하는 것도 거슬리기는 마찬가지다. 두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세밀한 감정 묘사가 부족한 것을 지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남한의 세속적 공무원과 북한의 특수부대원이 힘을 합쳐 사건을 풀어나가고 남북한 긴장을 해소한다는 설정 역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관객들은 이미 ‘의형제’와 ‘공조’에서 이 같은 상황을 만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강철비’는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이라는 소재를 실감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으나,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는 매끄럽지 못한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강철비’는, 떠들썩하기는 하지만 정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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