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해맞이를 갔다. 새벽 네 시 광주에서 출발해 다섯 시 반 지리산 성삼재휴게소에 도착했다. 노고단에 오를 자신이 없어 주차장에 차를 대고 휴게소에 들러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모두 다 우리처럼 노고단에 오르지 않고 휴게소에서 해맞이를 할 요량인 듯싶었다.

 라면 두 개, 밥 두 그릇, 군고구마, 달걀을 사서 자리를 잡았다. 한참 먹고 있는데, 6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어르신 내외가 우리 탁자에 앉았다. 어르신들은 우동을 드셨다. 좀 머쓱해서 나이 어린 내가 말문을 텄다.

 “저 어르신, 저희들은 구례 쪽에서 올라왔는데, 여기서 넘어가면 어디가 나오는 거예요?”

 “남원이제.”

 “아, 그래요. 저희들은 광주에서 왔는데, 그쪽으로 가면 더 나을까요?”

 깜깜한 밤에 구불구불한 길을 타고 와서 돌아갈 때는 그쪽으로 넘어가면 더 낫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 거였다.

 “멋하러 그래. 그리 가면 빙빙 돌아가는 거여. 시간도 더 걸리고.”
 어르신 말은 그쪽은 응달이라 더 미끄럽다고 했다. 당신들은 순창에 살고 보성으로 해맞이를 가려 했는데, 올해는 아무 행사가 없어 노고단으로 왔다고 한다. 나는 사람이 없으면 더 한적하게 새해를 맞이할 수 있지 않느냐 했다.

 “해맞이 가면 뭐 해 보러 가나? 사람들 보러 가는 것이제. 아 해야, 집 옥상에 올라가서 보면 되제.”

 맞는 말씀이다. 나는 광주 일곡동에서 사는데, 글을 쓰다 아침 일찍 나가면 동쪽 현대아파트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때가 있다. 새벽안개 속 해는 눈이 부시지도 않고 차분하다. 맞은편 한국아파트로는 저무는 달까지 볼 수 있다. 이때 사모님이 한마디 하신다.

 “올해는 뉴스에서 무서운 소식 좀 안 들었으면 좋겠어요.”

 이 말씀도 맞다. 얼마나 무서운 일이 많았던가. 무섭고 몸이 떨려 입에 담기도 힘들다. 성삼재휴게소에서는 해를 보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쳐 구례 쪽으로 내려오는데, 얼마쯤 내려오니까 해가 등 뒤로 비쳤다. 차를 멈추고 해맞이를 했다. 어찌나 눈이 부시던지 마주볼 수가 없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 초빙교수>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