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7일 영화 ‘1987’ 관람후 오찬을 하면서 블랙리스트 피해자 김규리 배우와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배우 김규리는 2008년 5월1일, 이틀 전 피디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 안전한가’를 보고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 제법 긴 글을 올린다. 1189자, 원고지로 열 장쯤 되는 글이다. 그런데 문단을 나누고 보기 편하게 갈이를 하면 원고지로 7장이다. 중요한 대목(3장)만 아래에 옮겨본다.

 “나라는 인간은 정치에 그리 큰 관심을 갖는 그런 부류가 아니다. 나라는 인간은 여론이 뭔가 좋은 방향으로 모든 걸 끌고 갈 거야 하는, 다수의 긍정을 믿는 그런 사람이다. 그렇게 나란 인간은 그저 그런 사람인 거다. (……) 당장 살고 죽는 이야긴데 (……) 도대체 그 많고 많던 매스미디어는 왜 이 문제에 대해선 쉬쉬하고 있는 걸까. (……)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 광우병은 700도로 가열해도 살아남고 사용된 칼이나 도마 절삭기를 통해서도 감염이 되며 한번 사용된 기구는 버리고 또 소각해도 살아남는다. (……) 나라님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과 행복을 지켜 주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사람, 국민의 혈세로 숨을 쉬는 사람 그것이 정부이고 나라님인 것이다. 나라님이 자신의 나라를 존경하지 않고 자신을 뽑아준 국민을 존경하지 않는 그런 불상사는 제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습적인 주머니 채우기는 이젠 그만. 대운하도 의료보험도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사람이다. 숨도 쉬고 아파서 눈물도 흘리고 웃기도 하는 사람이다. 돈이 아니란 말이다. (……) 진저리가 나려고 한다, 이젠.”

 김규리는 말한다. 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라고. 이런 사람이 보기에도 이 일은 가당치도 않는 일이라고. 그미가 한 말은 단 한 자도 바른 말이 아닌 것이 없다. 말을 돌리지도 비유법을 쓰지도, 계산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썼을 뿐이다. 하지만 그 모든 말은 단 한 마디에 묻히고 만다. 청산가리! 이 말을 하고 9년 하고도 5개월, 그미는 바짝 숨죽이고 살아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어 물고, 공격하고, 국가 기관은 그의 생계를 아주 빼앗아 버린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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