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주어가 없다!

‘주어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2007년 나경원 의원이 이명박 후보 캠프 대변인 시절 했던 말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확히 따지면, ‘주어가 없다’는 말은 나경원 의원이 한 말은 아니고, 나경원 의원의 말을 보도한 뉴스 기사의 ‘워딩’이다. 나경원 의원이 한 말을 아래에 그대로 받아 적어 본다.

“신당과 이회창 후보 측은 더 이상 이명박 후보의 말뜻을 왜곡하고 호도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이것을, 비비케이가 설립했다, 설립하였다라는 표현만 있을 뿐인데, 내가 설립하였다라고 광고하는 것은, 역시 그 뜻을 왜곡하는 허위 광고입니다.”(2007년 12월 17일)

신당은 대통합민주신당이고, 후보는 정동영이다. 이회창은 무소속으로 나왔다. 여기서 나 의원은 ‘내가’ 설립했다는 말이 없기 때문에 비비케이는 이명박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을 기자들이, 나의원이 ‘(이명박의 말에는)주어가 없다’ 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지금 검찰은 이명박과 관련하여 DAS의 진짜 주인을 찾고 있다. DAS는 자동차 시트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이고, ‘Driving And Safe’의 줄임말이다. BBK가 무엇의 약자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B(Bobby·김경준의 친구 오영석의 미국 이름), B(Bora·김경준의 부인 이보라), K(Kyungjoon·김경준)에서 딴 것으로 본다. 실제로 이 세 사람은 BBK 설립 당시 이사였다. 또 하나는 이명박(B), 김백(B)준, 김(K)경준에서 딴 것으로 보고 있다. BBK 사건의 핵심은 이 회사가 옵셔널벤처스 사의 주식 값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주가 조작으로 5252명이 피해를 입었고, 피해액만 1000억 원 가까이 된다는 점이다.

나경원의 브리핑 하루 전날 대통합민주신당은 동영상 하나를 공개한다. 대통령 선거 투표 3일 전이었다. 2000년 10월 17일 이명박이 서울 광운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특강에서 자신이 그 해 1월 투자전문회사 BBK를 차렸다고 자랑하는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에서 그 부분만 받아 적어 본다.

“저는 요즘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을 했습니다. 해서 금년 1월 달에 비비케이(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을 하고, 이제 그 투자자문회사가 필요한 업무를 위해서 사이버 증권회사를 설립을 하기로 생각을 해서 지금 정부에다 제출해서 이제 며칠 전에 예비허가 나왔습니다. (……) 물론 비비케이라는 투자자문회사는 금년에 시작했지만 이미 9월 말로 28.8퍼센트 이익이 났습니다.”

‘사이버 증권회사’는 이명박과 김경준이 같이 세운 BBK의 지주회사 ‘Lke뱅크’를 말한다. BBK의 주가 조작 사건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 측이 제기한 사건이고, 이명박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잡아뗀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만에 하나라도 제가 책임이 있다면 대통령이 되어서라도 책임지겠다는 이야기를 한 바가 있습니다.”(2007년 11월 19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 “언제든 책임을 지겠다.”(2007년 11월 21일 KBS 질문 있습니다) “저는 비비케이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당선이 되어도 직무를 수행하다가도 비비케이 주가 조작에 제가 관여했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무한책임을 제가 약속했습니다.”(2007년 11월 30일 여성정책 토론회) 그런데 이 모든 말을 무색하게 하는 광운대 동영상이 나와 버린 것이다.
(다음 호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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