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프랑시스 잠
시 ‘별 헤는 밤’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 ‘프란시스 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는 프랑시스 잠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좋아했다. 또 장 콕토, 폴 발레리, 보들레르,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도 그가 좋아하는 시인이다. ‘윤동주100년포럼’은 2017년 프랑시스 잠, 폴 발레리, 장 콕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집을 새롭게 펴낸다. 이 포럼은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는 시인과 그의 시를 꾸준히 연구한 사람들이 모여 꾸린 단체이다.
프랑스 시인 프랑시스 잠(Francis?Jammes 1868~1938)의 시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시는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일 것이다. 네이버에서 프랑시스 잠을 검색하면 늘 이 시와 같이 검색이 된다. 이 시는 곽광수가 1975년에 펴낸 ‘새벽의 삼종에서 저녁의 삼종까지’(민음사)에 실려 있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는 모두 이 시집의 시를 옮겨다 놓은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시는 번역이 잘못되었다. 그런데 윤동주100년포럼에서 낸 ‘프랑시스 잠·시집-윤동주가 사랑한 시인’(스타북스)에도 똑같이 이 시가 실려 있다. 낱말 두 곳에 조사를 더했지만 별 차이는 없다. 곽광수가 번역한 시 전문을 행갈이만 원문에 맞추어 들어 본다.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 병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 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그리고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일.
(다음 호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