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프랑시스 잠

▲ 프랑시스 잠, 곽광수 옮김, ‘새벽의 삼종에서 저녁의 삼종까지’, 민음사, 2014.
2017년은 윤동주 시인 탄생(1917년 12월 30일) 100주년이었다. 윤동주 관련 행사가 많았고, 출판도 많이 되었다. 2016년에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1948년 초판본도 나왔다. 이 시집 서문을 대신하여 쓴 시 ‘序詩’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시 ‘별 헤는 밤’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 ‘프란시스 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는 프랑시스 잠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좋아했다. 또 장 콕토, 폴 발레리, 보들레르,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도 그가 좋아하는 시인이다. ‘윤동주100년포럼’은 2017년 프랑시스 잠, 폴 발레리, 장 콕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집을 새롭게 펴낸다. 이 포럼은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는 시인과 그의 시를 꾸준히 연구한 사람들이 모여 꾸린 단체이다.
프랑스 시인 프랑시스 잠(Francis?Jammes 1868~1938)의 시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시는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일 것이다. 네이버에서 프랑시스 잠을 검색하면 늘 이 시와 같이 검색이 된다. 이 시는 곽광수가 1975년에 펴낸 ‘새벽의 삼종에서 저녁의 삼종까지’(민음사)에 실려 있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는 모두 이 시집의 시를 옮겨다 놓은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시는 번역이 잘못되었다. 그런데 윤동주100년포럼에서 낸 ‘프랑시스 잠·시집-윤동주가 사랑한 시인’(스타북스)에도 똑같이 이 시가 실려 있다. 낱말 두 곳에 조사를 더했지만 별 차이는 없다. 곽광수가 번역한 시 전문을 행갈이만 원문에 맞추어 들어 본다.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 병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 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그리고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일.
(다음 호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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