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을 준말로 바꾼 것은 아주 뜻밖

▲ 출처=청와대 페이스북.
 지난 3월22일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헌법 개정안은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도 다운받아 살펴볼 수 있다.(https://www1.president.go.kr/Amendment)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헌법을 다운받아 에이포(A4)에 올려놓아 보니 열여덟 장 남짓 된다.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을 발표할 때 조국 민정수석은 법조문 말을 쉽게 다듬었다고 했다. 본말을 준말로 바꿔(제시하여야→제시해야, 아니한다→않는다) 친숙한 문장이 되게 했고, 일본 말투를 활력 있는 우리 말법으로 다듬었고(의하여→따라, 행위로 인하여→행위로), 한자를 우리말로 바꿔(證據湮滅의 염려→증거를 없앨 염려, 助力→도움) 말을 편하게 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빈말이 아니다. 아래에 다듬은 것을 낱낱이 들어본다.

 의하여→따라, 보장된다→보장한다, 국민→사람, 자(者)→사람(몇 곳은 여전히 ‘자’로 되어 있다), 제시하여야→제시해야, 아니한다→않는다, 행위로 인하여→행위로, 유죄의 판결→유죄 판결, 추정된다→추정한다, 당해→해당, 근로자→노동자, 국회 외에서→국회 밖에서, 행한다→수행한다, 집회된다→연다, 1인→1명, 기타의→그밖의, 환부하고→돌려보내고, 기간 내에→기간 안에, 경과함으로써→지나면, 의결을 얻어야→의결을 거쳐야, 계약을 체결하려 할 때에는→계약을 맺으려면, 찬성이 있어야 한다→찬성해야 한다, 저촉→위반,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 속한다→있다, 대통령의 선거→대통령 선거, 교전상태에 있어서→교전상태에서, 때에 한하여→때에만, 얻어야→받아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장 기타의→훈장을 비롯한, 관하여는→관한 사항은

 특히 법조문에 들어 있는 일본말과 일본 말법을 우리말과 우리 말법으로 다듬었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얼마나 마음을 썼는지 한눈에 보인다. 사실 헌법을 정하고 여덟 차례에 걸쳐 개정을 했지만 이와 같이 말을 다듬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그도 일본말과 일본 말법을 우리말과 우리 말법으로 고쳤다는 것은 마땅히 칭찬해야 하고 박수 받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만 바꿔도 헌법 조문이 쉽게 읽히는데, “않는다, 해야 한다 같은 준말을 써 친숙한 문장이 되도록”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야말로 뜻밖이었다. 사실 이것은 우리나라 어문 교육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는 수정이라 할 수 있다. 몇 해 전부터 초·중·고등 교과서에서 준말이 사라졌다. “공부를 했다” 하지 않고 “공부를 하였다” 하고 있다. ‘했다’가 ‘하였다’의 준말이기 때문에 안 쓰는 것이다. 심지어 교과서에 들어와 있는 문학 작품 속 준말도 죄다 본말로 바꾸고 있다.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은 “축구를 했다” 하지 않고 “축구를 하였다” 하고 쓴다. 그런데 실제 입으로 하는 말은 모두 준말이다.

 글을 쓸 때 본말을 쓰게 하는 것은 말과 글의 간극을 더 벌려 놓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말은 준말이 아주 발달해 있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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