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고용자’

▲ 김제동은 우리 헌법 조문을 달달달 외는 사람이다. 2017년 9월13일, 그는 MBC 노조 파업 현장을 찾아가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면서 힘을 보탠다. 그는 연설 말미에 가장 좋아하는 시 한 구절을 읽겠다고 한다. 김제동이 읽은 시는 ‘헌법 전문’이었다.
 (저번 호에 이어서 씁니다)

 더구나 ‘영원히’ 확보한다고 하니 더 마음에 걸린다. 이오덕은 ‘완수하게 하여’를 ‘다하게 하여’로, ‘영원히 확보할’을 ‘영원히 마련할’로 했는데, 나는 ‘다하고’와 ‘마련할’로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에 있어서”나 “에 의하여” 같은 말은 뒤 법조문에서는 모두 ‘에서’ ‘에 따라’(또는 ‘로’)로 고쳤는데, 여기 전문은 그대로 두었다. 이것 또한 뒤 조문처럼 고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오덕도 이 전문이 한 문장으로 되어 있는 것이 내내 걸리기는 했다. 그런데도 그는 이것을 그대로 두고 다듬었다. 그는 그 까닭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헌법 ‘앞글’은 글월 하나가 너무 길게 되어 있어서 매우 읽기가 거북한데, 이것을 알기 쉬운 글로 하자면 마땅히 몇 토막으로 나누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자면 보태고 깎고 해야 할 말이 있어야 하겠기에 법조문을 함부로 고치는 일도 조심이 되어 그만두었다. 그러다 보니 낱말 고치는 일도 이 ‘앞글’에서는 시원스럽게 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두고 싶다.”(‘내 손 안에 헌법’, 20쪽)

 이번 헌법 개정안에는 잘못 쓴 말을 고친 곳(붙이지→부치지, 증가하거나→늘리거나)도 있다. 그런데 ‘때’를 ‘경우’로 바꾼 것은 아주 적절하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바란다면, ‘사용자’란 말이다. 3월 20일 조국 민정수석은 “국가를 떠나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그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고,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었다고 했다. 이것은 이번 개헌이 “자유롭고,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 국민이 중심인 개헌”이 되고자 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헌법 조문에서 ‘근로’가 ‘노동’으로 바뀌면서 ‘근로자’는 ‘노동자’가 되었다. 그런데 ‘사용자’는 여전히 ‘사용자’로 되어 있다. 헌법이 ‘인간다운 삶’을 담아내고, ‘사람’을 중심에 놓고, 사람 나고 법 났듯이, 사람이 ‘사람을 사용한다’는 것은 아주 무서운 말이고, 그런 세상이라면 이미 사람다운 세상이 아닐 것이다. 누가 나를 비누나 휴지처럼 ‘사용하고’ 있다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나는 사용자보다는 ‘고용자’가 그래도 더 나은 말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하면 노동 관련 법률에서도 모두 고쳐야 하겠지만 법의 기본법인 헌법만이라도 고쳐 놓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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