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정글 최강의 포식자

 뱀은 늘 흥미로운 공포 영화의 소재거리이다. 킹콩 시리즈에서도 가끔 거대 뱀과 싸운다. 뱀은 빠르고 거대하고 잔인할수록 사람들의 원초적인 스릴과 서스펜스 욕망을 자극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나콘다 영화는 손 가리며 아웅하고 보는 대표적인 동물 공포영화라고 하겠다. 백상아리가 나오는 ‘죠스’ 시리즈가 화려한 푸른 바다와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아름다운 선남선녀들을 일부러 배경으로 품는다면 아나콘다는 음습한 밀림과 늪지대 같은 칙칙한 배경을 날 것 그대로 배경으로 삼아 더욱 공포감을 자아내게 한다.

 아나콘다1(1997, 미국, 감독 : 루이스 로자)에서는 인류학자인 케일과 그의 일행 5명은 아마존 원시부족인 쉬리샤마족 다큐촬영을 위해 그들이 사는 곳을 찾아 아마존 강을 항해하던 중 좌초된 배에 타고 있던 낯선 두 사람을 구해주게 된다. 그리고 이 구해준 사람 중에 한 명인 음습한 분위기를 품기는 ‘샤론’이 정글 가이드를 자청하며 길을 안내하는데 점점 이상한 곳으로 그들을 몰아가게 되고 마침내 도착한 그 곳은 거대한 아나콘다들이 득실 되는 곳이었다. 샤론은 바로 아마존의 거대 뱀, 아나콘다 사냥꾼(땅꾼이라 하기엔 사냥대상이 너무 크다.)이었고 이 사냥꾼은 목적은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가장 거대한 아나콘다를 생포하는 것이었다. 샤론의 욕심에 의해 동행한 일행은 한 명씩 차례 차례 거대 아나콘다의 끔직한 먹이가 되고 결국 떠난 일행 중 둘 만이 살아남게 된다. 그들마저 아나콘다의 희생양이 되려는 순간 샤론이 오히려 아나콘다에게 내던져지고 테리(제니퍼로페즈)와 데니 둘만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지옥의 아마존을 탈출 하게 된다.
 
▲아나콘다 사냥꾼의 탐욕

 아나콘다2(2005, 미국, 감독 : 드와이트H. 리틀)에서는 아나콘다의 CG가 더욱 강화되고 줄거리가 더 구체화 되었지만 1편의 잔상이 워낙 강렬하여 그 만큼의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 장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블러드오키드(혈난초)를 찾아 보르네오 정글 탐험을 찾아 나선 한 제약회사 소속 잭 일행이 전혀 예상치 못한 아마존의 거대 뱀 아나콘다와 맞닥뜨리게 되고 이 거대뱀과 사투를 벌인다. 다른 일행들은 괴물을 피해 일단 정글에서 벗어나자고 하지만 잭은 기어이 약초를 찾아가지고 가야한다고 욕심을 부린다. 마침내 7년에 한번 피어난다는 희귀식물인 영생란을 발견하게 되지만 이미 그곳에는 그 난초를 먹고 거대화된 아나콘다 무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잭 일행은 다시 아나콘다 무리의 집단 공격을 받게 되고 결국 폭약으로 그들을 물리치지만 잭은 영생란 가방을 잃지 않으려 하다가 아나콘다의 입속으로 들어가 그만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결국 여기서도 최후의 두 사람만이 살아남아 정글을 탈출한다.

 아나콘다 영화는 비밀이 가득 찬 정글과 공포스런 거대 뱀이 뒤섞어 마치 유령의 집처럼 언제 괴물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오싹함에 한기마저 느껴진다. 대개 평범한 혹은 나쁜 사람들은 다 죽고 매우 이타적이고 매력적인 몇 사람만 살아남는다는 늘 뻔한 결말을 이어지지만 그걸 알면서도 누구나 점점 손에 땀을 쥐며 보게 된다. 1, 2, 3, 4 까지 시리즈는 계속 나왔지만 처음 1, 2편을 제외하곤 나머지는 거의 관객들의 관심을 그다지 끌지 못한 B급류의 작품들이었다.

 뱀에 대한 두려움은 몽구스같은 같은 뱀 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포유류를 제외하곤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매우 원초적인 것이다. 아나콘다는 동남아시아의 그물무늬비단뱀과 더불어 크기가 10m 이상까지도 자라는 지구상 가장 거대한 보아과의 뱀으로 알려져 있다. 2~3m의 소형종 엘로우와 6~10m의 그린 아나콘다 두 가지 종류가 있고 아나콘다는 암컷이 수컷보다 보통 훨씬 강력하고 크다. 기록상으로 최장 크기 12m 까지 이르지만 기후가 따듯하고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고 해 연구나 돈벌이 수단으로 더 큰 아나콘다를 일부러 찾아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1편 영화에 나오는 샤론 같은 사냥꾼이 대표적이다. 낮에는 물속 그늘 밑에서 쉬면서 비교적 온순하지만 밤에 공격성이 강해져 사람을 공격하여 죽이기도 한다고 한다.
 
▲10m 이상 자라는 가장 큰 뱀

 모든 구렁이과 뱀들이 그렇듯 육식을 하고 먹이를 포착하면 상하 턱 관절이 탈골되어 넓게 벌어지는 입과, 역방향으로 나있는 날카로운 여러 개의 이빨로 주로 머리 부분을 일단 물어 고정시킨 후 거대하고 긴 동아줄 같은 몸으로 재빨리 전신을 휘감아 갈비뼈를 으스러뜨려 질식사시키거나 물속에 끌고 들어가 익사시킨 후 천천히 먹이를 통째로 삼켜서 강한 위산으로 위에서 소화를 시킨다. 보통 큰 먹이를 먹으면 소화가 되는 데 몇 주 혹은 한 달 동안은 다른 활동은 전혀 하지 않고 조용히 쉰다. 물에서 대부분 생활하고 잘 헤엄치지만 무거워서 영화에서와 같이 나무를 잘 기어오르진 못한다. 주로 야행성이고 구렁이 특유의 열 감지 기관인 피트(pit)기관을 이용해 야간에 먹이를 포착한다. 낮에도 시력은 약하지만 냄새를 맡는 야콥슨 기관의 힘을 빌려 여전히 미약하나마 사냥활동은 할 수 있다. 2편 마무리 장면에서 보이는 것처럼 암컷 한 마리에 여러 마리의 수컷들이 몰려들어 교미를 하고 새끼는 물속에서 난태생으로 25~40cm정도의 20~40마리의 매우 조그마한 새끼들로 태어나지만 재규어나 다른 아나콘다 혹은 카이만 악어에 대부분 희생돼 4~10마리 정도만 살아서 어른이 된다. 수명은 40년 정도이고 죽을 때까지 몸이 성장한다. 먹잇감은 주로 카피바라나 멧돼지인 페커리, 피라루쿠 같은 물고기, 설치류인 파커 같은 작은 포유류 동물이고 가끔 커다란 카이만 악어를 사냥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한다. 사람이 없는 정글에서 육상의 재규어와 더불어 아마존 최강의 포식자로 군림한다. 아마존 원시 부족들은 이 뱀을 신성시하며 이 거대한 뱀을 잡아 힘겨루기 하는 걸 용맹으로 삼고 그 후엔 다시 놓아준다고 한다. 이런 아나콘다 잡이 관습들이 현재 아마존 생태관광 상품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최종욱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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