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할매들의 외침

 한국에서 한 해에 만들어지는 독립영화는 1000편을 훌쩍 뛰어 넘는다. 하지만 이들 독립영화들은 소수의 몇몇 작품만이 관객들과 만나고 그 외의 작품들은 잊혀 지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4월11일 개관한 광주독립영화관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광주독립영화관은 우수한 독립영화들을 눈을 밝히고 찾아내 관객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극장이기 때문이다.

 광주독립영화관의 개관기획전 상영작 중의 한 편인 ‘소성리’역시 눈 밝은 관객들이 본다면 환영할 만한 영화다. 소성리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위치한 마을 이름이다. 한데 지금 이곳은 주한미군의 미사일기지가 되었다. 그러니까 정부는 최초 사드 배치 부지로 성주읍을 선정했다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소성리 일대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부지로 최종 결정해 2017년 4월26일 전격 배치했던 것이다.

 ‘파란나비효과’(2017)는 성주 군민들의 사드 배치 투쟁을 담은 영화다. 그러나 ‘소성리’는 사드 배치 투쟁을 담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소성리’는 그곳에서 논밭을 일구며 평생을 살고 있는 마을 할매들의 일상에 주목한다. 깨를 심고, 밭에 난 풀을 뽑고, 감자를 캐는 할매들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의 초반 30여 분은 마을 사람들이 동네를 어슬렁거리거나 농사일을 하는 장면으로 채워지며 평범한 시골 마을을 보여준다.

 박배일 감독이 이 영화를 이렇게 시작하고 있는 것은, 이렇듯 평화로운 마을에 미사일기지가 들어선다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가를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국가는 소성리 주민들과는 상의 한마디도 없이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 정부의 누구 하나 찾아와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 당연히 소성리 주민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순간 이 영화는 ‘밀양아리랑’의 연장선상에 놓이게 된다. 박배일 감독은 국가가 송전탑을 세우면서 망가뜨린 ‘밀양’을 기록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밀양아리랑’에서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약자에게 희생을 강요했던 국가의 폭력이 ‘소성리’에서도 다시 반복되고 있음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국가 안보를 위한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조상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것을 지적함으로써 국가의 존재의의를 반문하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드 배치 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소성리에 쳐들어온 극우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의 행태다. 이들은 확성기에 대고 소성리 할매들을 ‘빨갱이’와 ‘종북’으로 몰아세운다. 6.25 전쟁 당시에도 동네 사람들이 빨갱이로 몰려 수도 없이 끌려 간 것을 목격했고, 이웃집 아재가 빨갱이로 총살당했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소성리 할매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직도 대한민국은 이념대립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라인 것이다.

 관객들은 소성리가 한국전쟁 당시 질곡의 역사를 겪은 지역임을 할매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면서 알게 된다. 소성리는 한국전쟁 때 미군 폭격으로 마을이 불타기도 했고, 한국군이 주민들을 학살하기도 했었음을 할매들의 구술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참혹한 전쟁을 목격하며 평생 이 곳에서 살아 온 주민들에게 사드는 더 이상 북핵을 막을 수 있는 ‘안보’가 아니다. 할매들에게 사드는 한국전쟁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무기일 뿐이다. 소성리 할매들이 “사드가고 평화오라”고 일관되게 외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놀라운 것은, 사드배치로 온 나라가 들썩거린 것이 엊그제인데, 언제 그랬냐 싶게도 현재는 국제정세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점이다. 4월27일 한국과 북한의 두 정상은 ‘종전’을 합의할 예정이고, 한반도를 둘러싼 나라들이 평화체제를 만들자고 논의하는 마당이기 때문이다.

 현 상황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평화가 정착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소성리 할매들은 그 누구보다도 기뻐할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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