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주의 오월 시 ‘목련이 진들’ 이야기4

▲ 이철수의 판화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
 (저번 호에 이어서 씁니다)

 중·고등학교에서 문예반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은 오월문학상 당선작 ‘목련이 진들’을 복사해 읽어 주었고, 그 이듬해 시집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가 나왔기 때문에 손쉽게 그의 시를 읽을 수 있었다. 아마 이분도 그때 박용주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분의 말처럼 그는 더 이상 시를 쓰지 않는다.

 흰 목련꽃은 눈에 잘 띄지 않아 마음 써서 안 보면 꽃이 피었는지 안 피었는지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핀다는 말도 없이 피었다가, 진다는 말도 없이 지는 꽃이다. 우리 민중들의 삶이 그렇고, 1980년 5월 광주 사람들이 그랬다. 어느 날 그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 총을 들었다. 하지만 정치군인들처럼 권력을 잡기 위해 총을 들지는 않았다. 그들처럼 총을 무기 삼아 강도짓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오직 하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들었을 뿐이다.

 해마다 목련이 피고 5월이 다가오면 광주 5·18 관련 단체 사람들은 그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 시집 두 권을 내고 홀연히 광주를 떠났다. 오는 5월18일은 5·18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국립5·18민주묘지 오월 영령 앞에서 어른이 된 박용주가 어린 시절에 쓴 ‘목련이 진들’을 낭송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이제 그의 나이 마흔여섯이다. 30년 전 중학교 2학년 때 쓴 시를 마흔여섯 그의 목소리로 듣고 싶은 이는 아마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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