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들의 소변 보기1
‘아무 반응이 없다!’
수긍도 부정도, 놀라움도 뜻밖의 눈빛도 읽을 수 없었다. 여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민망해서 그럴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는데 그도 아니었다. 내 짐작으로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물론 같은 남자라 하더라도 민망한 주제이기에 앉아서 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지는 않았다.
광주대학교 소방행정학과 1학년 엄성민이 시 쓰기 수업 때 아주 재미있는 시를 써 냈다. 제목은 ‘세심한 배려’이다.
잠에서 깼다.
오줌이 마렵다.
방에서 나와 화장실로 간다.
가족들이 다 자고 있다.
난 오줌을 싼다.
쪼르르르르르르
시끄럽다.
엄마 아빠가 뒤적인다.
나의 오줌은 물이 아닌 벽으로 향한다.
소리가 작아진다.
곧 조용해진다.
다들 다시 깊게 잠이 든다.
난 오늘도 세심한 배려를 한다.
성민이는 ‘또로로로로’ 소리를 안 나게 하려고 테두리 쪽으로 조준해 쌌다. 이것을 ‘세심한 배려’라고 한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