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동기 시대 무덤에서 나온 껴묻거리(충남 부여 초촌면 송국리 유적). 맨 왼쪽에 있는 것이 비파형동검이고 그 오른쪽에 돌화살촉과 돌검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아래는 `굽은옥’(용의 원시 형상)과 옥으로 만든 원통 모양 치레거리다. 이 치레거레를 줄에 꿰면 목걸이가 된다.
 우리나라 청동기 시대를 공부할 때 나오는 검이 있다. 비파형동검과 세형동검인데, 청동기 시대 전기의 검이 비파형동검이라면 후기의 검은 세형동검이다. 세형(細形)은 말 그대로 ‘가는 모양’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세형동검은 비파형동검에 견주어 가는 동검을 말한다. 비파형동검은 그 생김새부터 참 특이하다. 도무지 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걸로 무얼 베거나 찌르기도 힘들 것 같다. 학자들은 이 검을 중국 악기 비파를 닮았다고 해서 ‘비파형동검’이라 한다. 하지만 비파와 견주어 봐도 전혀 닮지 않았다. 더구나 당시 청동기인들은 이 검을 이렇게 일컫지 않았을 것이다.

 초등학생들에게 비파형동검 사진을 보여주고, 만약 자신이 역사학자라면 이 동검 이름을 무엇으로 짓고 싶은지 써 보라 했다. 김민서(광주 일곡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역사학자라면 ‘깃털동검’이라 이름을 지을 것이다. 이유는, 청동기 시대 사람들은 새를 ‘신의 사자’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니 새의 깃털 모양을 본떠 이 동검을 만들지 않았을까, 나는 생각한다.”

 민서의 의견은 일리가 있다. 청동기 시대 유물에는 새 문양이 많고, 그것은 이 유물의 주인이 신의 대리인이라는 것을 뜻한다. 더구나 세형동검 슴베(손잡이를 연결하는 부분) 바로 위에 새 문양이 새겨져 있다. 또 한 어린이는 ‘물방울동검’이라 했다. 물방울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린 화면으로 보면 이렇게 보인다고 한다. 맨눈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하니, 청동기인 가운데 눈이 아주 밝은 사람도 있을 것 아니냐고 한다. 이 어린이 주장도 일리가 있다. 아마 당시 눈이 아주 밝은 청동기인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양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비파형동검보다는 ‘불꽃동검’이나 ‘새싹동검’이라 하면 좋겠다고 했다. 깃털동검, 물방울동검, 불꽃동검, 새싹동검은 비파형동검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또 당시 청동기인의 마음에 더 가까이 가 있는 이름이 아닐까 싶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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