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경이 쓴 시 ‘편의점 알바’

▲ 그림ⓒ김민서
 최근 시 쓰기 시간에 광주대학교 경찰법행정학과 1학년 박하경 학생이 이런 시를 썼다. 시 제목은 ‘편의점 알바’다.
 
 편의점에서 알바생을 기쁘게 하는 화법이 있다.
 “봉투 드릴까요?”
 “그럼 이거를 손으로 들고 가리?”
 
 이렇게 지칠 때쯤
 옆에 손님이 바나나 우유를 주고 가신다.
 
 하경이한테 물었다. “너 일하는 편의점에서는 봉투 값 받지 않니?” “네, 받지 않아요.” 요즘 비닐봉투 문제로 시끄럽다. 점주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10조 1항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시설 또는 업종을 경영하는 사업자는 1회용품의 사용을 억제하고 무상으로 제공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법에 따라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줄 수 없고, 만약 이를 어기면 벌금(5만 원에서 30만 원, 최대 300만 원)을 내야 한다. 보통 1회용 비닐봉투 유상 판매를 알리는 신문기사나 방송 뉴스를 보면 이것을 ‘환경부담금’과 관련지어 보도하는데, 사실 이는 환경부담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에 전화하여 왜 언론이 이렇게 보도하고 있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자신들도 그 까닭을 모르겠다고 한다. 다만 봉투를 공짜로 주는 것을 금지하고, 봉투를 모아 판매처에 가져가면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을 뿐이다.

 편의점에서는 보통 비닐봉투 값으로 20원을 받고 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생은 이놈의 봉투 때문에 손님들에게 늘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옆 편의점은 안 받던데?” “야, 너는 주머니에 십 원짜리 키우냐?” “이렇게 많이 샀는데 봉투 값을 달라고?” 이럴 때는 기어이 받아내든지, 아니면 안 받든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

 술 취한 손님에게는 친절해야 하고, 상품도 재빨리 봉투에 담아야 한다. 조금만 더디게 담으면 갑자기 돌변하기 때문이다. 또 작은 봉투에 담다가 다 담을 수 없어 다시 큰 봉투에 옮겨 담아도 안 된다. “야, 너 이 일 한 지 얼마나 됐냐?” “척 보면 모르겠냐? 술 마신 나도 알겠다 이놈아.” 그래서 웬만하면 큰 봉투가 좋다. 봉투가 헐렁해도 괜찮다. 욕먹는 것보다는 이편이 훨 나으니까. 이런 사람들은 손님이 아니라 ‘손놈’이고 상진(진상)이 아빠다. 빼빼로데이나 크리스마스 행사 때는 따뜻하게 입고 나가야 한다. 편의점 문을 활짝 열어 놓고 행사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식사 때 손님이 잇따라 들어와 퉁퉁 불은 라면을 먹어야 하고, 제때 화장실을 못 갈 때가 있어도 편의점은 술집이나 음식점, 치킨집이나 피시방보다는 일 강도가 덜하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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