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오월의 열사들
아버지와 은수 이모는 큰아버지가 그렇게 된 것이 자신들 때문이라고 괴로워한다. 큰아버지가 마음먹은 대로 그곳에 남았다면 죽든 살든 적어도 지금과 같이 정신병원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저렇게 괴로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고집을 부려 형을 도청 밖으로 피하게 한 것이 어쩌면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큰아버지가 죽고 씻김굿을 하는 날 아버지는 서럽게 흐느낀다. “형님, 내가 잘못했소. 죽는 게 무서워 형을 그리 만들고 말았소. 으흐흐흑! 나는 비겁한 겁쟁이요. 용서하시오.” 그리고 작가는 아버지의 후회와 주인공 경록이가 동이의 괴롭힘을 이겨내는 것을 겹쳐 보여 주면서, 용기가 뭔지, 그 용기로 무엇을 지킬 수 있는지, 어떨 때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지, 사람이 비겁해지면 무엇을 잃고 마는지 일러준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우리는 그 열흘간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은 저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결정을 했다는 것, 그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책에서 읽었을 때 어떤 것을 새롭게 배웠다고 말하지 않는다. 또 머릿속에 훤히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오늘 어떤 것을 새롭게 보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윤정모의 청소년소설 ‘누나의 오월’과 한정기의 어린이소설 ‘큰아버지의 봄’이 그렇다. 두 소설은 80년 오월을 ‘자명하게’ 그리지 않는다. 우리는 이 두 소설을 읽으면서 춘태여상 박금희를, 들불야학 박기순을, 시민군 윤상원·박용준·김영철을, 영원한 광주의 홍보부장 박효선의 삶을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