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불쑥, 뿔이야? 이빨이야?

▲ 멧돼지와 사람이 서로 방해받지 않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 멧돼지도 산이란 자기 영역을 지키고 사람들 역시도 너무 그들의 터전에 깊숙이 들어가선 안되겠지. 나부터 그런 상생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설득해볼게. 너희들도 제발 마지노 선을 넘지 말아줘!
 -왜 너희들은 요새 도시로 자주 나와?

 △응. 지금이 풀이 무성해서 도시와 산이 구별이 잘 안 돼, 그리고 등산로가 많아져서 우리가 쉬고 있는 곳에 사람들이 자주 나타나 놀래키기도 하고, 요즘은 천적이 없어 어느 산이나 멧돼지들이 살고 있어 영역다툼이 심하기도 하지 특히 여름철이 독립하는 시기라서 더 그래굙

 -너희들은 주로 무얼 먹고 살아?

 △우리는 대부분 초식성이야. 가끔은 곤충, 뱀, 작은 동물들의 사체 같은 것도 조금씩 먹지만 말이야. 일부러 먹으려고 사냥을 하지는 않아. 특히 머루나 다래굚 도토리 같은 열매, 칡이나 마, 죽순, 돼지감자(뚱딴지) 같은 뿌리를 좋아하지만 벼, 고구마나 감자 같은 사람들이 심어 놓은 것도 무척 좋아해.

 -초식동물이었어? 그렇게 안 보이는데굙 혹시 새끼 땐 무늬가 있다는데 사실이니?

 △응 새끼들은 큰 수평줄무늬가 몇 개 나 있지. 어렸을 땐 약하니까 풀숲에 숨어 잘 보이지 말라는 위장무늬라고 할 수도 있고 어른들에게 ‘당신들 종족의 아이니까 해치치 마세요’라고 말하는 의미도 있지.
 
▲멧돼지는 공격적… 만나면 못본척 쓱 가란 말야
 
 -얼굴에 불쑥 튀어 나온 게 뿔이야, 이빨이야?

 △응. 그건 이빨이야. 우린 위턱의 송곳니가 계속 길어나서 그렇게 된 거야. 모양도 무섭지만 그걸로 쟁기처럼 땅도 파고 적과 싸움도 하고 그런단다.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크고 위험해.

 -멧돼지가 위험하니? 마주치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돼?

 △위험하지. 저돌적이란 말 알지? 바로 멧돼지가 공격하는 것을 말해. 그 만큼 물불 안 가리고 덤빈다는 의미지. 일단 건들지 않으면 대개 공격하지 않으니까 못 본 척하고 쓱 지나가. 길에서 마주치면 잠깐 얼음이 되어 눈을 마주보면서 아주 천천히 나무나 바위 뒤로 물러나 엎드려. 절대 놀라서 소리 지르거나 뒤돌아서서 달리거나 하지는 마. 움직이는 것에 매우 민감하니까.
 
 -멧돼지는 잡으면 어떻게 해?

 △멧돼지는 주로 마취 총으로 생포하여 다시 산으로 돌려보내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리저리 달리고 난폭해지면 위험하니 어쩔 수 없이 총으로 쏴서 죽이기도 한단다.

 -멧돼지와 일반 돼지는 뭐가 달라?

 △멧돼지는 그야말로 야생 돼지지. 일반 집돼지들의 조상도 알고 보면 다 멧돼지야. 집돼지들은 멧돼지를 잡아다가 그 중에 성질이 좋고 살이 잘 찌는 유전자를 가진 돼지만 골라서 개량한 돼지들이지.

 -다른 나라에도 멧돼지가 있니?

 △그럼. 우리 산에 사는 멧돼지는 일본이나 중국의 멧돼지와는 비슷하지만 아프리카에는 얼굴 여기저기에 사마귀 같은 혹이 나있는 혹 멧돼지, 남미에는 작고 귀여운 페커리라는 멧돼지가 산단다. 한국 멧돼지는 호랑이 같은 천적이 없어 행복하지만 그쪽 멧돼지들은 아직도 사자, 표범, 재규어, 아나콘다 같은 난폭한 포식자에 매일 시달리며 산단다.
 
▲“고구마·감자 유혹적…농부들께 폐끼쳐 미안”
 
 -주로 활동하는 시간이 언제야?

 △우린 주로 야간에 활동해. 요즈음 천적이 없으니 낮에 활동하는 무리들도 있긴 하지. 밤 시간에 주로 먹이활동과 목욕 같은 활동을 하고 낮에는 숲속 대나무 그늘 밑에 들어가 잠을 잔단다. 겨울잠을 따로 안자고 긴 겨울엔 짝과 먹이를 찾아 먼 길을 여기저기 찾아 헤매 다니기도 해.

 -왜 무덤이나 농사를 망치니?

 △무덤가가 평평해서 우리가 쉬고 놀기에 가장 적당해서 그래. 사람들이 쉬기 편한 곳이 우리 동물들도 편하지. 고구마나 감자는 우리가 특히 좋아하는 먹이이고 식구들이 먹기 편하게 밭에 몽땅 있으니 그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지. 사람들도 전기 줄도 치고, 호랑이 배설물을 가져다 놓고 하긴 하지만 우리도 금방 적응하는 편이야굙 돼지는 보기보단 꽤 영리하거든.
 
 -목욕을 좋아한다는데?

 △응. 우린 수영을 잘하는 편이지만 물 목욕보단 진흙 목욕 같은 거친 목욕을 좋아해. 머드팩도 되고 피부에 붙은 기생충도 털어내고 일석이조지.

 -아마도 멧돼지가 번성한 건 어쩌면 호랑이 같은 천적을 다 사냥하여 없앤 우리 사람들 책임이기도 할 거야. 하지만 그래도 멧돼지와 사람이 서로 방해받지 않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 멧돼지도 산이란 자기 영역을 지키고 사람들 역시도 너무 그들의 터전에 깊숙이 들어가선 안되겠지. 나부터 그런 상생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설득해볼게. 너희들도 제발 마지노 선을 넘지 말아줘!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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