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멘, 석붕, 지석묘, 괸돌, 고인돌

▲ 핑매바위.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 대신리. 세계에 있는 고인돌 가운데 가장 크고 무거운 고인돌이다. 280톤쯤 되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다.
 지금은 ‘고인돌’ 하면 다들 선사 시대 ‘무덤’으로 알지만 100년 전만 하더라도 아무도 그게 무덤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학자들은 대개 알 수 없는 옛 유물을 보면 우선 옛 기록부터 뒤져 보는데, 이 고인돌은 중국이나 우리나라 옛 기록 어디에도 ‘무덤’이라 써 놓은 곳이 없다. 그러니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 이런 고인돌이 있는 마을 사람들도 독배기, 바우배기, 마당바우, 떡바우, 고엔돌, 괸돌, 굄돌, 괸바우, 암탉바우, 장기바우, 띠엄바우, 거북바우, 두꺼비바우, 개구리바우, 장군바우, 왕바우, 말바우, 개바우라 한 것으로 보아 ‘무덤’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큰 돌이 필요하면 아무 거리낌 없이 이 바위를 갖다 썼다. 또 길을 내는 데 고인돌이 자리 잡고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치워 버렸다. 이는 고인돌을 옛 사람들의 무덤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무덤으로 보았다면 그렇게 함부로 손대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 고인돌을 무덤으로 보는 마을도 있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고인돌을 곡식의 양을 헤아릴 때 쓰는 ‘되’를 닮았다 해서 ‘되무덤’이라 했고, 또 ‘가장 높은 것’을 뜻하는 말 ‘도(都)’를 붙여 ‘도무덤’이라 했다. 그러니까 아주 옛날 높은 사람을 묻었던 무덤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도 예부터 그랬다기보다는 고인돌이 무덤이라고 밝혀진 뒤부터 그렇게 보지 않았을까 싶다.

 서양 사람들은 고인돌을 켈트어로 탁자란 뜻인 돌(Dol)과 돌이란 뜻인 멘(Men)을 합쳐 돌멘(Dolmen)이라 한다. 또 영어로는 탁자돌(Table Stone)이라 한다. 중국 사람들은 ‘돌로 지은 시렁’이라 하여 석붕(石棚 돌석·시렁붕)이라 하고, 일본 사람들은 지석묘(支石墓 지탱할지·돌석·무덤묘)라 한다.

 ‘고인돌’은 덮개돌을 받침돌로 ‘괴었다’ 해서 ‘고인돌’이다. 그런데 ‘괴었으면’ ‘괸돌’이라 해야 하는데, 왜 ‘고인돌’이라 할까. 그 까닭을 알려면 표준국어사전을 살펴봐야 한다. ‘고이다’는 크게 세 가지 뜻으로 쓰인다. ①웅덩이에 물이 고이다. ②소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쇠막대기로 고여 놓았다. ③접시에 과일을 고이다. 여기서 ‘웅덩이에 물이 고이다’ 할 때 쓰는 ‘고이다’(①) 말고 무얼 ‘받치다’ 할 때 쓰는 ‘고이다’(②)에서 ‘고인돌’ 이름이 태어났다. 덮개돌을 받침돌로 ‘고였다’ 해서 ‘고인돌’이라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받치다’는 뜻으로 ‘고이다’보다는 ‘고이다’의 줄임말 ‘괴다’를 더 많이 쓰고 있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