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렌도르프 비너스2

▲ 빌렌도르프 비너스. 머리를 보면 울퉁불퉁 뭔가 아주 세밀하게 조각했는데, 정작 눈 코 입 귀는 조각하지 않았다.
 (저번 호에 이어서 씁니다)

 구석기 시대 초기 인간들은 단단한 돌연장으로 뼈나 뿔이나 무른 돌에 그림을 그렸고, 작은 조각상 같은 것을 깎았다. 이때 만든 조각상을 보면 조각을 하기 위해 일부러 그에 적당한 돌을 찾고 머릿속에 구상한 대로 조각을 했다기보다는 아주 우연히 발견한 돌, 바로 그 돌 모양에 맞추어 조각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유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외국 선사 시대 유물에서는 이런 것을 꽤 찾아볼 수 있다. 빌렌도르프 비너스에서 배꼽도 그렇게 볼 수 있다. 사실 이 배꼽은 비너스를 조각한 사람이 판 게 아니다. 애당초 조각하기 전 석회암 돌에 나 있는 구멍이다. 이 비너스를 조각한 사람은 어느 날 구멍이 나 있는 석회암 돌을 우연히 발견했고, 그 구멍을 본 순간 이 구멍을 배꼽으로 삼아 여자 형상을 조각하면 참 좋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 조각상의 중심은 배꼽이다. 이 배꼽에서 시작해 위아래로 조각을 해 나갔던 것이다.

 머리를 보면 울퉁불퉁 뭔가 아주 세밀하게 조각했는데, 정작 눈 코 입 귀는 조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양손은 젖가슴에 살짝 올리고 있다. 아마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큰 가슴과 엉덩이일 것이다. 그런데 이 여인상은 좀 엉성한 부분이 있다. 앞에서 보면 허릿살이 분명한데 뒤에서 보면 이 허릿살이 엉덩이로 이어져 있다. 왜 이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원재료 돌에 나 있는 구멍에 맞춰 조각을 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 아닐까 싶다. 구석기 조각가는 앞에 나 있는 동그란 구멍을 배꼽으로, 뒤에 나 있는 일(一) 자 골을 항문으로 삼고 조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보니 이런 모양이 된 것이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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