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렌도르프 비너스4

▲ 러시아 코스텐키 비너스와 비니. 가장 왼쪽 위아래 사진은 비너스 머리다. 흔히 ‘골프공 비너스 머리’라고 한다. 모두 머리에 비니를 썼다.
 (저번 호에 이어서 씁니다)

 미술학자들은 빌렌도르프 비너스를 말할 때 주로 가슴과 엉덩이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부분은 머리다. 당시 구석기 조각가는 단단한 돌로 무른 석회암 돌을 문지르고 갈아 이 여인상을 조각했다. 특히 이 조각가는 머리 부분을 가장 마음 써서 조각했다. 보는 바와 같이 이곳은 문지르고 비벼서 하지 않았다. 일일이 쪼고 갈아 이런 모습을 만들었다. 대체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펌을 한 것일까. 아니면 뽀글이 숏비니를 눌러 쓴 것일까.

 그런데 비니라면 이마까지만 쓰고 눈 코 입을 새겨야 하지 않을까. 지름이 2센티미터 남짓 되는 머리에 이토록 섬세하게 조각을 했다면 눈 코 입을 나타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구석기 조각가는 그러지 않았다.

 맨 위 사진의 비너스는 1988년 러시아 돈 강 코스텐키(kostenki) 구석기 유적지에서 찾은 비너스 가운데 비니를 쓴 모습이 아주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다.

 위 비너스에서 가장 왼쪽 위아래 두 사진은 ‘골프공 비너스 머리’로 알려져 있다. 구석기 조각가는 실로 짠 비니를 골을 깊게 파 표현했다. 이 비너스 머리는 빌렌도르프 비너스가 머리에 쓴 것이 비니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런데 빌렌도르프 비너스도 그렇고, 위 사진에서 오른쪽으로 두 번째 비너스를 보면 비니를 거의 눈까지 눌러 썼다. 그리고 또 하나 공통점은 얼굴에 눈 코 입 귀를 새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체 이들은 왜 눈 코 입 귀를 새기지 않은 것일까.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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