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렌도르프 비너스5

▲ 로셀의 비너스. 석회암 높이 46센티미터. 프랑스 남서부 도르도뉴에서 나왔고, 기원전 25000년 전 구석기인이 새긴 것으로 밝혀졌다.
 (저번 호에 이어서 씁니다)

 위 비너스는 프랑스 남서부 도르도뉴 베제르 골짜기 로셀 마을에서 나왔고, 기원전 25000년 전 구석기인이 새긴 것으로 밝혀졌다. 흔히 이 비너스가 나온 마을 이름을 따서 ‘로셀의 비너스’라고 한다. 이 비너스를 볼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똑같이 몸짓을 해 봐야 한다. 이렇게 해 보면 왼팔 길이가 짧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몸은 정면을 보고 있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틀어 들소 뿔잔에 든 물을 마시고 있다. 그래서 머리카락 모양이 왼쪽으로 내려와 있는 것이다.

 임신한 여자인데, 왼손은 아랫배에 대고 있다. 왼손을 보면 처음에는 타원형으로 대충 새겼다가 나중에 손가락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조상 또한 볼록한 아랫부분(부조상의 아랫배)을 중심으로 새기기 시작했다. 이것은 위 사진에서 가장 오른쪽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구석기인은 아래쪽이 볼록한 석회암 돌에 임신한 여자 몸을 새긴 것이다. 이렇게 돌 모양에 맞춰 새기다 보니 상체는 길고 하체는 짧게 되어 있다. 더구나 머리 위로는 남는 부분까지 있다.

 구석기 조각가는 아기의 탄생이 들소 뿔잔에 든 물(또는 남자의 정액)에서 왔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뿔잔에 빗금이 열세 개 그어졌다. 원래 들소 뿔은 밋밋한데 일부러 빗금을 그은 것이다. 이것은 윤달이 있는 태음태양력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고, 월경 주기하고도 관련이 있다. 그래서 ‘수(數)와 수학의 기원’을 여자의 월경 주기에서 찾는 것이다.

 그리스로마 시대에 뿔은 풍요의 상징이었다. 마찬가지로 구석기 시대에도 들소 뿔은 풍요의 상징이다. 들소는 구석기인들이 잡기 힘든 짐승이고, 일단 잡으면 한 마을 사람들이 며칠 동안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물론 들소 사냥은 남자들의 몫이었고, 그래서 들소는 남성을 상징한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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