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원형 구름과 세모형 구름

▲ ‘토기 융기문 발’ 무늬. 이 그릇의 무늬는 하늘에 걸려 있는 구름, 그 구름 속에 있는 비(雨, 수분)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네 인용문을 보면 이 그릇의 무늬를 모두 다르게 말하고 있다. W자형, N자형, V자형, 지네 모양이라 하고, ‘장식 무늬’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뭔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더구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지네 모양’이라 한다. (“점토 끝 부분을 도구로 눌러” 무늬를 새겼다고 하는데, 그 ‘점토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해석은 상식으로 생각해 봐도 수긍이 안 간다. 지네를 그릇 무늬로 새길 까닭이 없다. 우리나라 신석기 그릇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그릇에서도 지네를 새긴 그릇을 본 적이 없다.

 선사시대 그릇이듯 역사시대 그릇이든 그릇 무늬를 볼 때는 아가리 쪽을 ‘하늘’로 보고 읽어야 한다. 이 그릇의 아가리 쪽 무늬는 ‘구름무늬’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세계 신석기인들은 하나같이 모두 그릇에 구름과 비무늬를 새겼다. 구름무늬는 주로 반타원형과 세모형으로 표현했는데, 이것은 어느 지역에서 먼저 시작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동시에 그랬다. 고대 문양학자 리바코프, 김버터스, 아리엘 골란은 반타원형 구름이 어느 시점에 이르면 세모형 구름으로 바뀐다고 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신석기인이 구름을 왜 반타원형·세모형으로 새겼는지 말하지 않는다.) 세계 신석기인이 빚은 그릇을 살펴보면 반타원형보다는 세모형 구름이 훨씬 더 많고 세모형 구름과 반타원형 구름을 같이 새긴 나라가 많다. 한반도의 신석기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또 그들은 구름과 비를 언제나 신석기시대 ‘농사의 시작’과 관련하여 설명하는데 이 또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는 구석기시대 홍적세 기간에 겪었던 잦은 홍수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 때 겪었던 해수면의 상승과 수십일 동안 퍼부었던 장대비, 홍수와 관계가 깊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 ‘빗살무늬토기의 비밀’ 편에서 아주 자세히 밝힐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놓치고 있는 지점, 잘못된 문제틀까지도 다루려고 한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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