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에 무늬를 새기게 된 내력

▲ 덧무늬토기1(양양 오산리, 27cm), 덧무늬토기2(양양 오산리, 26.1cm),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
 강원도 양양 오산리에서 나온 항아리 두 점 또한 덧무늬토기다. 그런데 무늬를 넣은 방법이 서로 다르다. 덧무늬토기2는 가는 진흙 띠를 붙여 무늬를 돋보이게 했다. 반면에 덧무늬토기1은 동그란 막대기로 겉흙을 눌러 골을 낸 다음 엄지와 검지를 맞집어 무늬를 도드라지게 했다.

 빗살무늬 그릇처럼 문양을 넣는 까닭을 보통 그릇을 빚어 구을 때 불 속에서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도 설명하는데, 이것은 썩 설득력이 없다. 그전에 벌써 곱돌이나 운모를 갈아 진흙 반죽에 넣어 그릇이 터지는 것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평양시 남경유적에서 나온 빗살무늬토기는 84cm나 된다. 이렇게 큰 그릇도 불속에서 터지지 않게 구울 수 있는 신석기 장인이었다.

 문양을 넣은 까닭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릇을 쓸 때 미끄러지지 않게, 즉 ‘편리성’이다. 또 하나는 이 편리성과 더불어 그들의 ‘세계관’을 새겼다고 볼 수 있다. 글자가 없고, 당연히 종이 같은 것도 없었다. 그런데 바위는 너무 단단했다. 그와 달리 진흙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그리고 표현할 수 있었다. 또 일단 그릇을 구워 놓으면 그릇이 깨질 때까지 그 무늬는 남아 있고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보다는 자신이 보고 생각한 것, 다시 말해 세계관을 새기기 시작한다. 또 두려움과 공포도 새긴다. 그래서 신석기 그릇 무늬를 보면 그들의 세계관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오산리 덧무늬토기1 무늬 내는 방법. 먼저 동그란 막대기로 골을 낸 다음 엄지와 검지를 맞집어 덧띠를 도드라지게 했다. 가장 오른쪽 사진을 보면 맞집은 자국이 보인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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