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암스트롱의 인간적 고뇌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은 우주 경쟁이 치열했다. 1957년 10월,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로 보내자 미국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이에 미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서라도 소련보다 먼저 달에 도착하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은 미국의 영웅일 수 있다. 그러나 ‘퍼스트맨’은 암스트롱 을 영웅으로 접근하지 않는 점이 눈에 띈다.

 영화는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이 1961년 초음속 비행 프로젝트에 참여해 오류와 한계를 경험하는 것을 시작으로, 1966년 제미니 8호의 도킹 성공을 거쳐,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 착륙에 성공하기까지를 연대기 순으로 따라간다.

그러나 영화는 암스트롱이 우주비행사로서 겪는 고투와 똑같은 무게 중심으로 가족과 동료들 때문에 번민하는 인간적인 고뇌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영화도입부에서부터 이는 확인된다. 암스트롱이 두 살 배기 딸을 지병으로 잃은 후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전개에서도 암스트롱의 인간적인 면이 부각된다. 제미니 프로젝트(유인 우주비행 계획)에 참여했던 동료들이 잇달아 희생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괴로워하는 것도 그렇고, 달로 떠나기 전에 가족들에게 자신의 위험한 여정을 직접 알리는 모습에서의 흔들림도 그렇다. 이때, 어린 두 아들에게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음을 넌지시 비추는 모습과 만약 자신이 사고로 죽게 된다면 이를 감당해야 할 아내 자넷(클레어 포이)에게 어떤 말도 건네지 못하는 장면에서는 암스트롱을 짓누르는 고통이 감지된다.

 암스트롱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달에 가고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붇는다고 거리에서는 피켓을 든 시민들의 야유가 끈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암스트롱은 안과 밖으로 여러 제약에 시달렸음을 영화는 연출한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초연함을 유지한다.

 암스트롱의 이런 태도는 영화 끝까지 유지된다. 달에 당도한 암스트롱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이 태도는 유지된다. 달에 첫 발을 내딛은 암스트롱은 탄성과 환호를 지르지 않는다. 그저 적막한 달을 응시할 뿐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뒤 성조기를 달의 표면에 꽂는 그 유명한 장면도 연출하지 않는다. 오히려 암스트롱이 일찍 죽어버린 딸의 소장품을 달의 표면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니까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닐 암스트롱을 불가능했던 일을 성공으로 이끈 영웅적인 우주비행사로 조명하기보다는,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고 동료들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는 인간적인 우주인으로 그리고자 했던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역시 이를 입증한다. ‘퍼스트맨’의 마침표를 찍는 이미지는 아내인 자넷이 무사 귀환한 남편과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이마를 맞대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암스트롱을 연출할 수도 있건만, 이 영화는 아내와 이마를 맞대는 장면을 제시하며 아내의 품에 안기는 암스트롱을 연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이 영화 역시 할리우드영화의 가족주의 기조를 내포하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꿈에 대한 태도가 변모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위플래쉬’와 ‘라라랜드’의 감독이기도 한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두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랑을 포기했던 인물들을 제시했다면, 오늘의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꿈을 실현한 후 이를 아내와 나누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 선 영화들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퍼스트맨’은 우주 영화라고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광활한 우주공간이나 스펙터클함을 강조하기보다는, 닐 암스트롱이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고뇌에 집중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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