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앙상블+안정된 연출

▲ 영화 ‘완벽한 타인’.
 새 집을 산 석호(조진웅)가 40년 된 친구 내외간을 초대한다. 그렇게 세 부부와 짝을 대동하지 않은 영배(윤경호)가 한 자리에 모인다. 집들이에 모인 이들 7명은 예진(김지수)의 제안으로, 저녁 식사 시간 동안 스마트폰으로 걸려오는 전화와 메시지를 공개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그러나 이 게임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전개된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배우자와 친구들의 비밀이 하나둘씩 까발려지면서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완벽한 타인’은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 스마트폰에 반응하는 인물들을 따라가는 영화다.

 이렇게 놓고 보면, ‘완벽한 타인’은 연극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식탁과 베란다 그리고 화장실과 방을 오가는 인물들의 말과 말이 부딪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칫하면 지루하거나 심심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완벽한 타인’은 베테랑 연기자들의 연기력과 감독의 연출력으로 이를 극복해 낸다.

 유해진,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조진웅 등 다수의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던 베테랑들과 새로운 얼굴들인 송하윤, 윤경호까지 7명의 배우들의 완벽한 앙상블은 무료할 법한 영화를 견인해 낸다. 그러니까 이들의 자연스런 연기와 애드리브는 심심하고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다 이재규 감독의 안정된 연출력도 한 몫 한다. 대화 장면을 빠른 커트로 이어붙이는 솜씨가 출중하고, 쉬어갈 때 쉬어가는 편집의 리듬 역시 관객들이 영화 속에 몰입하는 것을 돕기 때문이다.

 영화는 친구들 간의 우정은 물론, 사랑, 부부관계, 고부갈등, 심지어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 까지 폭넓은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성 정체성으로 빚어지는 소동을 영화의 복판으로 끌고 들어온다. 영화 속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이 에피소드에서 당사자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40년 된 친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 아니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는 동성애를 터부시하고 그에 대한 편견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

 여튼, 영화 속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 하지 못하고 숨겼던 것이 드러나면서 웃음이 발생한다. 이성애자인데도 동성애자로 오해를 받게 된 태수(유해진)는 이를 부인하게 되는데, 이때 태수가 적극적으로 발뺌하는 상황에서 웃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태수를 연기한 유해진은 발군의 연기력으로 동성애자로 오해받는 이성애자를 실감나게 연기해내며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동성애자 관객들이라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엔딩에서 동성애에 대해서 무지했던 친구들이 조금이나마 동성애에 대한 이해를 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동성애를 이용했다는 혐의를 빗겨간다.

 ‘완벽한 타인’은 스마트폰 때문에 빚어지는 왁자지껄한 소동을 의도한 영화가 맞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러티브의 전개에 있어서 과감한 생략을 통해 관객들이 궁금증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는 점은 나름 신선하다. 예컨대, 예진(김지수)과 석호(조진웅)부부가 서로 간에 서먹하고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이유에 대한 전사(前事)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도 그렇고, 준모(이서진)가 예진에게 귀걸이를 선물한 것으로 보아 두 사람 사이에도 깊은 관계가 있었을 것이 분명한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도 그렇다. 그리고 준모의 바람둥이 기질로 토라진 세경(송하윤)이 준모와의 관계를 회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모호하게 마무리한 것도 그렇다. 이렇듯, 이재규 감독은 각각의 인물들의 이야기 축에서 특정 시기를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서 관객들이 빈틈을 채워 줄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완벽한 타인’은 세련된 코미디다.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는 감칠맛이 있고, 스마트폰 공개 상황에서 빚어지는 유머코드는 자연스럽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놀라운 것은,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있고, 영화적인 재미까지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복하지만 그 이유는 배우들의 공이 크고, 이를 끌어낸 감독의 공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