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심리학과 교수 펑 카이핑 교수(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 제1편’(2008. 4. 15)
 이 다큐는 언어학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한 사실 몇 가지를 말하고 있는데,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심리학과 펑 카이핑 교수의 인터뷰는 명사의 단·복수와 관련하여 서양과 동양이 어떻게 다른지 아주 중요한 지점을 짚고 있다.

 중국어에서는 “이 오렌지 하나를 먹어라.(Eat one particular orange.)” 하고 말하지 않습니다. 영어에서는 “이 사과를 먹어라.” “이 사과 하나를 먹어라.” 하고 말해야 하죠. 중국어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문맥을 통해서 추론하도록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수량을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정 사물의 수량을 일일이 밝히지 않더라도 서로 알아들을 거라고 가정하는 겁니다. 영어에서는 이것을 분명하게 밝혀서 말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미국 유치원 아이들에게서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가서 과일 좀 먹어라.(Go, eat some fruits.)” 하고 말하면, 아이들은 “무슨 과일을 말하는 거예요? 바나나 하나요? 사과 하나요? 딸기 하나요?(Which fruit are you talking about? One apple? One orange? One strawberry?)” 이렇게 되묻습니다. 아시아 아이들은 이렇게 되묻지 않죠. 그냥 가서 먹어요. 일일이 알려주지 않아도 그게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거든요.
 -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 제1편-명사로 세상을 보는 서양인, 동사로 세상을 보는 동양인’, 2008년 4월 15일 방송

 여기서 펑 카이핑은 중국 아이들은 ‘문맥을 통해서’ 알아듣는다고 하지만, 이와 더불어 말하는 사람의 억양이나 눈빛을 보고 느끼는 기분으로도 알아듣는다. 그래서 ‘한국 사람은 눈으로 말하고, 미국 사람은 입으로 말한다’는 말까지 있다. 다시 말해 말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으로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글자가 없이 수천 년 동안 입말(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해 왔기 때문에 말과 글의 ‘현장성’ 또는 ‘상호성’이 아주 발달했다. 또 ‘하였다’ 하지 않고 ‘했다’ 하거나 ‘수건을 가져와!’ 하지 않고 ‘수건 가져와!’ 하는 것처럼 준말이 발달했고 조사를 아주 생략해 버린다. 이것은 우리말의 ‘경제성’이라 할 수 있다. 또 주고받는 말 속에서 문맥을 알아듣기 때문에 시제도 3시제(과거·현재·미래)로 단순하다. 그래서 구비문학에서는 과거시제 ‘었었’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