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동과 서’ 제작팀은 이것을 밝히기 위해 아주 간단한 인터뷰를 한다. 먼저 나무 재질로 된 원기둥을 만든다. 크기는 엄지, 검지, 중지 끝으로 살짝 집을 수 있을 만큼 작다. 그리고 이것을 편의상 ‘닥스(dax)’라 이름 붙인다. 그런 다음 물체 두 개를 더 만든다. 하나는 닥스와 모양이 똑같은 파란색 플라스틱 원기둥이고, 다른 하나는 나무로 된 사각기둥이다. 먼저 닥스를 보여주고, 그 다음 양손에 플라스틱 재질 원기둥과 나무 재질 사각기둥을 쥐고 묻는다. “어느 것이 닥스인가?” 놀랍게도 동양 사람들은 주로 나무 재질로 된 사각기둥을 닥스로 선택하고, 서양 사람들은 거의 다 플라스틱 원기둥을 꼽는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서양 사람들은 ‘모양’이 같은 것에 주목하고, 동양 사람들은 질감·재질·본질이 같다는 것을 든다. 이것은 이 세상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리처드 니스벳의 말처럼 같은 세상을 살면서도 “서양인과 동양인은 글자 그대로 서로 다른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고, “서양인은 개별적인 ‘사물’을 보고 있고 동양인은 연속적인 ‘물질’을 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연속적’이란 서로 관계있는, 또는 세상의 물질을 연기(緣起)로 보는 세계관을 말한다(‘생각의 지도’, 김영사, 2017, 84쪽).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