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이오 대학교 인지심리학과 무츠미 이마이 교수(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 제1편’(2008. 4. 15)
 닥스 실험(‘어느 것이 닥스인가?’)을 맨 처음 했던 게이오 대학교 인지심리학과 무츠미 이마이 교수는 물질과 물체로 세상을 보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당신 앞에 놓여 있는 물체를 부분으로 부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물체의 잘려진 부분은 전체 물체와 다른 물체가 됩니다. 하지만 찰흙이나 밀랍 덩어리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잘라내도 부분은 전체와 같지요. 그러니까 물질과 물체는 동질성에 대한 기준이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물질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개체성(individuality)이나 전체성(wholeness) 개념은 의미가 없어요. 물질을 기준으로 보면 개체나 전체나 같으니까요. 하지만 물체를 기준으로 보면 물체의 한 부분은 더 이상 전체 물체와 같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개념적으로 매우 중요한 차이입니다. 영어와 다른 서양의 언어에서는 문법을 통해 이와 같은 물체와 물질의 차이를 분명하게 표시합니다.
-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 제1편-명사로 세상을 보는 서양인, 동사로 세상을 보는 동양인’, 2008년 4월 15일 방송
 
 서양인은 이 세상 사물을 물체와 물질로 분명히 나누고, 둘 가운데서 물체 중심으로 세상을 본다. 그와 동시에 물체와 물질은 가산명사와 불가산명사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것은 서양 언어의 출발점이 된다. 그래서 서양 언어는 물체(object)의 개체성(individuality)에 따라 명사의 성(남성·여성·중성)이 나누어지고, 단·복수 개념이 확실하고, 문법 범주에서도 ‘수 범주’가 아주 중요하다.

 한국 사람들이 처음 영어를 배울 때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단수·복수, 가산명사·불가산명사, 집합명사, 물질명사 같은 ‘수’ 개념이 밑바탕에 깔린 문법이다. 동양의 언어는 명사든 동사든 수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체가 아닌 물질을 중심으로 사물을 보는 동양 사람들에게 단·복수의 구별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철수야, 빨리 와서 딸기 먹어라!” 하지 “철수야, 빨리 와서 딸기들 먹어라!” 하지는 않는다. 접시 위에 딸기가 스무 개 있고, 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개체성(individuality)이 있는 ‘낱낱의 개체’(딸기들)가 아니라 ‘딸기’일 뿐이다. 다시 말해 본질이 같고, 즉 개체성이 없는 하나의 덩어리이고 ‘동일(단일)한 것(one-ness)’이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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