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속 오렌지를 동양 사람들은 ‘오렌지’라 한다. 낱낱의 개체로 보지 않고 하나(일체)로 보는 것이다. 반면에 서양 사람들은 ‘오렌지들’이라 한다.
 다.

 밤이 되면 반짝이는 별들을 볼 수 있고, 반딧불이도 볼 수 있다. (……) 여름이 되면 나뭇잎들이 무성해져 푸르게 물든다. 그리고 이곳저곳에 국화꽃들이 학교를 한층 더 아름답게 해 준다. (……) 나에겐 학교 풍경뿐만이 아니라 기숙사에서 친구와 함께 지낸 추억들도 많다. (……) 주말에 집에 갔다 오면 집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가져와 친구들끼리 나누어 먹었다.
 
 라.

 외할아버지와 같이 있을 때마다 외할아버지는 항상 저에게 좋은 말들을 해 주셨습니다.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들었던 말이었지만 외할아버지가 해 주셨던 말들은 무언가 다르게 느껴져서 그런지 이야기를 듣고 많이 울었습니다. 수능과 대학에 실패하고, 많이 믿었던 아는 언니에게 배신을 당하고 난 뒤 열등감에 똘똘 뭉쳐 다른 친구들의 말들을 ‘그냥 내가 불쌍해서 하는 말들이야.’ 하고 생각했습니다.
 
 가, 나, 다 글에서 ‘친구들’ ‘할머니들’ ‘친구들’은 문맥상 복수접미사 ‘-들’을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가, 다, 라에서 ‘두 마리에 600원’ ‘무성해져’ ‘이곳저곳에’ ‘다양한’ ‘친구들의’는 문맥상 앞뒤 낱말이 ‘복수’라는 것을 말해 준다. ‘다’에서 ‘다양한 음식들’은 ‘다양한 음식’으로 쓰더라도, ‘다양한’이 복수를 뜻하기 때문에 뒷말을 굳이 복수(음식들)로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말은 문맥에서, 말을 주고받는 현장에서 화자와 청자가 단·복수를 구별한다. 그러니 굳이 복수접미사 ‘-들’을 복잡하게 쓸 까닭이 없는 것이다.

 가, 나, 다, 라에서 낱말에 붙은 복수접미사 ‘-들’은 모두 지워도 아무 문제가 없다. 또 안 쓰는 것이 우리 말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접미사 ‘-들’은 군더더기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눈으로 읽어서는 잘 알 수가 없다. 반면에 ‘소리’ 내서 읽으면 군더더기라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이런 군더더기 ‘들’을 653명 가운데 281명이 썼다. 보기글을 보면 학생들이 분명히 단·복수를 ‘의식적’으로 구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보기글을 쓴 학생들과 1 대 1 글다듬기를 할 때 왜 이렇게 복수접미사 ‘-들’을 썼는지 물어봤다. 모두 다 “하나가 아니고 복수이니까, 이렇게 쓰는 게 맞지 않느냐.” 했다. 이 대답은 우리 학생들이 한국어 낱말을 ‘수 범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을 뜻한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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