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호자는 그전에 한나 있었는데, 밤에 늦게 가면, 밤중에 이렇게 가면은, 개울가에 불을 삘하니 쓰고. [양손 엄지와 검지로 원을 그려 두 눈에 붙이고] 저어기서 여기까지 훤할 정도로 불을 쓰고 있어.
(저기까지 훤할 정도로요?)
음. 그럼 사람 기척이 있으면 불을 끄고 어디로 가 버려. 내가 그걸 서너 번이나 겪었고. 그러니까 그것이 또 발이 외발로 가. 니 발인데 딱 외발로 가는 거여. 드든 데 또 딛고 그렇게 가. 그래서 이것이 호랭이인 줄 알고.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니까.
고라니 같은 거 퇴깽이 같은 거 먹다가 놔두고 간 거 우리가 많이 봤고. 요 근래는 없어. 보이덜 안 해. 그거시.
할아버지에게 ‘개호자’가 뭔지 물었더니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호랭이”라 했다. 그렇다면 개호자는 호랭이 가운데서도 해를 끼치지 않는 호랭이를 말하는 것일까. 내가 알기로 개호자는 스라소니다. 나무를 잘 타는 고양이과 짐승이고, 호랑이처럼 볼수염이 있다. 몸길이는 1미터 안팎으로, 호랑이나 표범보다는 작고 삵보다는 크다. 몸빛은 누런데, 반점이 있어 멀리서 보면 꼭 호랑이 새끼처럼 보인다. 주로 새벽녘에 활동해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집짐승을 잡아먹지 않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한덕수 할아버지가 개호자를,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호랭이”이라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개호자’에서 ‘개’는 ‘가짜’ ‘헛’을 뜻하고, 풀이하자면 ‘가짜 호랑이’쯤 될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스라소니를 ‘개갈가지’, ‘개호지’, ‘개호랑이’이라 한다. 나주 ‘들판’ 어르신들이 어렸을 적에 봤던 호랭이는 사실 스라소니였던 것이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