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라니. 고라니는 한국과 중국에서만 자란다. 물을 좋아해서 ‘물사슴(Water Deer)’이라고도 한다. 1994년 눈밭 곡식에 피해를 준다면서 ‘유해야생동물’로 정해 허가만 받으면 잡을 수 있고, 잡아오면 시·군에서 한 마리당 3만∼6만 원을 준다. 한 해 11만 3800만 마리를 잡아 죽이고, 도로에서 로드킬로만 6만 마리가 죽는다. 늘 그렇지만 진짜 ‘유해동물’은 따로 있다.
 한덕수 할아버지에게 개호자 이야기를 들은 다음 김미님(98) 할머니에게도 이야기 한 자리 해 달라고 부탁했다. 할머니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이야기 하나를 내놓으셨다.
 
 호랭이도 만나고 그랬어 막. 산에서 인자 막 꼬사리 꺾으러 댕기고 뭐 허러 다니다가. 시방은 호랭이도 없어. 그때는 호랭이가 있어도. (얼마나 크던가요?) 큰놈은 크고 새끼도 까고 그랬제. (새끼를 데리고 다녀요?) 데리고 댕기제. 호랭이 새끼는 두 마리밖에 안 나. (아, 많이 안 나고요?) 많이 안 나. 멧되아지, 산에 있는 멧되아지는 여러 마리 낳은디 호랭이는 두 마리밖에 안 나고, 또 고라니는 한나밖에 안 나고 그래. 나도 옛날에 어른들이 그런 얘기를 해 준께 알제. (할머니 어렸을 때 고사리 끊으러 다니셨어요?) 꼬사리도 꺾으러 다니고, 취도 뜯으러 다니고, 밤도 까러 다니고, 때알도 따러 다니고. 호랭인지 뭐신지도 모르제 그때는. 산에는 인자 무슨 뭐 때알 따고, 꼬사리 끊니라고. 같이 간 사람이 호랭이가 새끼하고 같이 간다고 한게. 그랬어. 아아따 그러믄 그냥 무서워서 가만가만 내려와 불고 그랬써. 호랭이도 저 안 건들머는 아무것도 안 하고.
 
 때알은 산딸기이고, 취는 곰취나 참취를 말한다. 김미님 할머니가 만난 짐승은 정말 호랑이였을까? 할머니는, 호랑이는 새끼를 두 마리밖에 안 낳는다고 했다. 그런데 호랑이는 두 마리에서 네 마리까지 낳는다. 반면에 스라소니는 한두 마리 낳는다. 김미님 할머니가 본 것도 스라소니였을 것이다. 스라소니는 밤에 움직이고 낮에는 무성한 덤불이나 바위 그늘에서 쉰다. 고사리나 취를 뜯으면서 쉬고 있는 스라소니를 보신 모양이다. 어르신들이 들려주신 이야기 속 정보는 백과사전과 다를 때가 있는데, 나는 백과사전보다는 어르신들 이야기를 더 믿는다. 백과사전에 고라니는 새끼를 한 마리에서 세 마리까지 낳는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나는 김미님 할머니 말에 더 신뢰가 간다. 그것은 수백 년 동안 어르신들이 눈으로 보아 왔던 것이기에 그렇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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