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청춘들의 사랑실패담

▲ 영화 ‘메이트’.
 ‘메이트’는 준호(심희섭)의 얼굴 클로즈업으로 시작해서 준호의 얼굴 클로즈업으로 끝난다. 이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준호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메이트’는 준호를 주인공삼아 우리 시대 청춘들의 일상과 연애를 펼쳐낸다. 영화의 도입부는 준호의 현재 상황을 단숨에 전달해 낸다. 준호는 웨딩촬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학자금 대출 상환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그리고 준호는 가볍게 만나던 여자 친구 다혜와는 이제 막 헤어졌다.

 그런 준호가 자신의 신상 정보를 노출한 ‘데이트어플’을 통해 은지(정혜성)를 만나게 된다. 서로 만남의 목적이 달랐던 두 사람은 잡지사의 사진 프리랜서와 객원 프리랜서로 조우하며 만남을 지속하게 된다. 그러니까 ‘메이트’는 도입부에서 비정규직으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가난한 청춘들의 연애담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렇다. ‘메이트’는 N포세대의 연애담이다. 이런 이유로 이들이 나누는 대화나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는 청춘들의 곤궁한 마음의 풍경이 감지된다. 이들이 유리 상자 속의 소라게를 놓고 나누는 대화가 대표적이다. 소라게를 키우는 이유를 묻자 준호는 가성비가 싸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은지는 이런 소라게를 부러워하며 한다는 소리가 “소라게는 좋겠다. 누가 밥도 주고 집도 있고”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연애를 하면서도 가성비를 따진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연애를 대하는 온도가 다르다. 준호가 연애를 사치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라면, 은지는 돈도 펑펑 못쓰는데 마음이라도 펑펑 쓰겠다며 연애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준호가 연애는 시간 낭비, 돈 낭비, 감정 낭비라며 깊은 교재를 꺼려한다면, 은지는 사귀다가 헤어지더라도 오래 아파하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친구도 연인도 아닌 채로 섹스도 하고 정도 주고받으며 관계를 지속할 듯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런 관계를 방해하는 방해꾼이 나타난다. 은지는 준호보다 능력도 있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진수(전신환)가 유혹해오자 뿌리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본 준호는 평소의 지론대로라면 쿨하게 인정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준호는 질투의 감정에 휩싸이는 것이다. 연애의 감정은 딱 부러지게 끊고 맺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몸을 섞고 정을 주어서 돈독해진 감정은 떨쳐낸다고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이다. 은지를 헤어진 연인 대신 만났던 진수는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손을 내밀자 은지를 내치기 때문이다. 이에 은지는 준호를 찾아와 다시 시작하자는 의사를 타진한다. 그러나 헤어졌던 다혜를 다시 만나며 허전함을 메우고 있는 준호 입장에서는 이런 은지가 달가울 리 없다. 그러니까 이 순간 준호와 은지는 매우 ‘짜증나는’ 상태에 직면한다.

영화 ‘메이트’.|||||

 ‘메이트’가 도달하고자 했던 지점이 바로 여기다. 두 사람의 연애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준호와 같이 어정쩡한 자세로는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남자에게 기댈 여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은지 역시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나방 같은 사랑으로는 헛바퀴 도는 사랑을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준호와 은지는 현실과 부딪혀 싸워나갈 용기가 부족했던 이유로 ‘짜증나는’ 상황을 마주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준호와 은지 두 사람 모두에게 왜 그렇게밖에 못하냐고 추궁하기도 무엇 하다. 준호와 은지는 사회,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를 대변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세상과 싸워서 이기고 사랑도 떳떳하게 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쉽지 않은 노릇이다.

 ‘메이트’는 암울한 현실 앞에서 건강하게 사랑하지 못하는 우리 시대 청춘들의 사랑실패담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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