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 그건 생리적 현상일 뿐

 -(크로커다일)악어야, 안녕. 악어도 다른 동물들처럼 여러 종류가 있겠지? 어떤 종류가 있고, 서로 어떤 점이 다르니?

 △맞아. 여러 종류가 있어. 우선 우리 크로커다일 악어는 바다악어라고 하기도 하고 미국이나 인도, 호주에도 살지만 주로 아프리카에 많이 살고 있어. 악어 중에 가장 몸집이 크고 입이 삼각형 모양으로 뾰족하고 강한 턱으로 얼룩말이나 누 같은 커다란 초식 동물들을 주로 사냥하지. 앨리게이터는 미국 미시시피 강과 중남미 아마존 강 유역에 많이 살고 있고 크로커다일보다는 보통 몸집이 더 작고 입도 둥근 모양을 하고 있어. 물고기나 작은 사슴, 영양 같은 걸 사냥하며 산단다. 가비알 악어는 코가 돼지 코처럼 크고 입이 톱처럼 길고 가는 이빨이 많은 악어야. 말레이가비알과 인도가비알 악어가 있지. 얘네들은 주로 물고기를 사냥해 먹고 산단다.
 
 -너희들도 뱀처럼 오래 안 먹고도 살 수 있니?

 △파충류들은 원래 굶주림을 잘 견디는 편이야. 그 중에서도 아마 뱀이 가장 오래 버틸 거야. 1년까지도 버틴다니까. 하지만 우리 악어들은 몸집도 크고 활동량도 많아서 뱀처럼 그렇게 오래 버티진 못하고 그래도 한 달 정도는 안 먹고 살 수 있단다.
 
▲“한 달 정도 안 먹고 살 수 있다고…”
 
 -그런데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너희들보다 훨씬 큰 동물들을 사냥하던데, 그걸 어떻게 먹니?

 △혹시 사자나 호랑이가 사냥해서 먹는 모습 봤니? 고기 먹을 때 발톱으로 붙들고 입으로 찢어서 먹잖아. 우리도 마찬가지야. 그러나 단지 우린 발톱이 약하니 다른 악어가 한 쪽을 물어주면 우린 다른 쪽을 잡고 서로 온몸을 비틀어서 찢어 먹는단다.
 
 -아휴, 소름끼쳐! 하지만 그것도 너희들만의 먹이 먹는 방식이니까 이해해야지. 아참, 너희들 새끼 키우는 방법도 독특하다며?

 △새끼가 아니고 알이지. 뭐 꼭 특별한 것은 아니야. 입 안에서 알을 키우는 개구리들도 있고 알주머니를 가진 해마도 있는데 뭐. 우선 적당히 따뜻한 땅을 골라 알맞은 깊이로 파고 그 안에 주변의 나뭇잎이나 풀을 잘 집어넣은 다음 그 위에 알을 낳고 다시 흙과 나뭇잎을 섞어 덮어놔. 그러면 나뭇잎이 썩으면서 적당한 열이 나서 알을 보온시켜 준단다. 만일 내부 온도가 32℃가 넘으면 대부분 수컷들이 태어나고, 30℃이하면 암컷들이 주로 태어나지.
 
 -와! 신기하다. 그럼 새끼들이 다 크려면 얼마나 걸려?

 △응! 알은 65일 전후로 해서 60마리 정도의 모든 새끼들이 부화되어 나온단다. 그러면 가까이 있던 어미가 흙 속에서 들려오는 새끼의 소리를 듣고 흙을 파헤쳐주지. 처음 몇 주 동안은 어미가 돌봐주다가 그 후로는 모두 흩어져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게 돼. 그리고 어릴 땐 물고기나 올챙이, 새알 등을 먹고 자란단다. 태어나서 1~2년까지는 우리보다 큰 모든 동물들이 다 천적이야. 그러다 4년 정도 되어 몸길이가 2m쯤 되어야 진짜 악어 같은 어른 티가 나기 시작한단다.

 
 -그 무시무시한 악어도 약할 때가 있구나. 혹시 악어의 눈물이라고 들어봤니? 정말 악어가 슬퍼서 눈물을 흘리는 거니?

 △아니야. 나도 그런 말을 들어 보긴 했는데 사실이 아니야. 슬퍼서 눈물 흘리는 게 아니고 먹이를 먹으려고 입을 크게 벌려서 눈물샘이 자극되어 나오는 생리적인 눈물이란다. 너도 한번 크게 하품해 봐. 눈물이 나오나 안 나오나? 그리고 바다악어 같은 경우 짠 바닷물이 눈물로 걸러져 나오기도 해. 그래서 가끔 악어가 먹이 먹을 때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는 거란다.
 
 -너희들은 하마가 사는 곳엔 절대 가지 않는다는데 왜 그런 거니?

 △아! 자존심 상하는 질문이네. 하마 녀석들이 워낙 힘이 세고 무서워야지. 그 큰 입에 한번 물리기라도 하면 우리는 바로 끝장난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녀석들은 단체 행동을 해서 함부로 접근할 수가 없어. 우리는 비록 단체로 모여 있긴 해도 협동해서 무엇을 하진 못하거든.
 
▲악어가 춤출때, 구애나 기분좋을 때
 
 -그럼 너희들은 주로 밤에 활동해, 낮에 활동해?

 △아무래도 초식 동물들이 주로 활동하는 밤에 함께 활동하지만 낮에도 활동하는 데 그리 불편하지 않아. 그런데 낮에는 사냥보다는 몸 말리기나 진흙 목욕 그리고 낮잠 자는 것 같은 걸 주로 즐기지. 건기 때와 같이 동물들이 한꺼번에 강가로 몰려오는 시기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냥 활동을 한단다.

 
 -너희들은 도대체 이빨 수가 몇 개나 돼?

 △그렇지! 악어하면 단연 칼같이 날카로운 이빨이지. 위아래 합쳐 70개 정도 돼. 그리고 사냥하다 빠지면 너희같이 임플란트 같은 것 안 해도 금방 다시 자란단다. 하지만 우린 이빨만이 무기는 아니야. 몸의 반을 차지하는 강력한 꼬리가 있어 사자 같은 녀석이 덤벼도 이빨 보단 힘센 꼬리 한방으로 제압해 버린단다. 그리고 또 꼬리로 버티고 잠깐 차렷 자세로 몸을 솟구쳐 세울 수도 있어. 물론 헤엄칠 때는 100%로 꼬리 힘에 의존하고 말이야.
 
 -신비한 ‘악어춤’이란 말을 들어봤는데 악어가 춤을 추니?

 △아! 그게 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몰라? 우린 짝을 유혹하는 구애행동이나 해질녘이나 해 뜰 때쯤 기분이 좋을 때 무리가 한꺼번에 몸을 부르르 떨어 물거품을 일으키다가 더 몸부림이 강해지면 물방울을 공중으로 일제히 튀기도 한단다. 여럿이 한꺼번에 이렇게 하면 물방울이 튀면서 마치 물이 춤추는 듯 보이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이걸 보고 ‘악어춤’이라고 부르기도 하나봐.
 
 -우와~ 정말 대단하다. 악어가 춤을 추다니. 오늘 잔인하게만 생각했던 악어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웠어. 새끼가 온도 차에 따라 성별이 바뀌고, 악어의 눈물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도 새롭게 알았어. 역시 좀 더 아니까 더 많이 관심이 가게 되나봐. 여전히 두렵긴 하지만 또 친해져보고 싶기도 해.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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