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성노예 문제 깊게 고찰

 옥살이를 하고 있는 박근혜는 역사의식이 희박한 대통령이었다.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정부는 한·일 위안부 협정을 맺었다. 이때 정부는 인류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본의 성노예범죄를 돈 몇 푼에 팔아 넘겼다. 성노예 할머니들은 물론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진행한 한심한 작태였다.

 ‘주전장’의 시작은, 이 협정이 크게 잘못 되었음을 성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할머니는 협정 다음날, 나눔의 집에 찾아온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울분을 토하며 따져 묻는다. 왜 우리와 상의 한마디 없이 협의를 했느냐는 골자다. 이때 카메라는 이용수할머니의 절규를 장시간 지켜보며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분명히 한다. 그렇다.‘주전장’은 일본의 성노예문제를 깊게 들여다보는 영화다.

 영화를 만든 미키 데자키감독은 일본계 미국인이다. 미키 감독은 일본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면서 자신의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일본의 인종차별’이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 영상이 올라간 후, 미키는 일본의 우익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1991년 고(故)김학순할머니(당시 67세)의 일본군 위안부 증언을 보도한 우에무라 카카시 역시 일본 우익세력들로부터 물리적 위협과 인신공격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이에 미키 감독은 일본의 우익들이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저토록 안간힘을 쓰는 이유를 궁금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깊게 파고든 결과물이 ‘주전장’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객관적인 태도에서 나온다. 그러니까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들어본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영화 속에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30명 정도의 인터뷰이가 등장해서 대립되는 주장을 펼친다. 제목 그대로 말의 전장이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위안부들이 정말로 성노예였는지, 본인의 의사가 무시된 채 강제 동원 됐는지, 동원된 여성들의 수가 20만 정도가 맞는지 등의 쟁점을 놓고 주장과 반박, 재반박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그러니까 세 나라의 정치인, 저널리스트, 활동가, 법학자, 역사학자 등 각계각층 인사들의 논쟁이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인터뷰 내용은 위안부 문제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인식시킨다. 이나영 교수는 “한국은 오랫동안 가부장적인 국가였기 때문에 성적 순결을 잃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낙인화가 굉장히 심했어요. 민족의 수치이고 가족의 수치다라는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들을 침묵시키게 만들었죠”라는 말을 전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는 “거대한 강간 제도를 만든 건 일본 정부였다”는 인터뷰를 추가하며 일본 정부의 책임이 막중함을 강조하는 것 또한 빠트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주전장’을 본다는 것은, 한·일 양국의 지배 정서가 어떻게 성노예 여성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깎아내리고, 부정하고, 지워내려 했는지, 나아가 이들을 어떻게 성적 대상화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집중적으로 들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여성들이 견뎌야 했던 성적 학대와 폭력이 만연했던 역사를 공감하고 배우게 된다.

 영화는 1991년 자신이 일본군의 위안부였음을 증언한 김학순할머니의 TV속 발언을 끝에 놓으며 도입부의 이용수할머니의 발언과 수미상관을 이루도록 한다. 이때 최초로 위안부 피해자임을 공개 증언한 김학순할머니의 떠듬떠듬 하는 말에는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진실의 힘이 있다.

 문제는 이때 이후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일본의 전시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성노예 피해할머니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털어내지 못하고 세상을 뜨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존해 있는 피해할머니들은 이제 21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개봉하는 ‘주전장’이 위안부 문제를 촉발시키면 좋겠다.
조대영<영화인>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