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또 다른 주인공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영화 ‘접속’(1997)은 한국영화음악의 역사에서 전기를 마련한 영화다.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희박했던 시절에 저작권을 해결하고 곡들을 사용한 것도 그렇고,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발매해 크게 성공하며 영화음악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도 그렇다. 그리고 ‘접속’은 영화의 정서에 부합하는 탁월한 선곡이 빛을 발하며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영화로 남았다.

 그런 점에서 ‘유열의 음악앨범’도 ‘접속’의 사례를 참고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전편을 수놓고 있는 음악들의 저작권료만 6억 원 이상을 쏟아 부었을 정도로 음악 선곡에 공을 들였고, 영화 속의 장면을 구성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음악을 중심에 놓고 편집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유열의 음악앨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가 우연히 만나서 사랑의 감정을 키워간다. 그러나 그때그때 마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해 이들의 사랑은 유예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1994년에 처음 만나 1997년, 2000년, 2005년에 만나고 헤어지기를 되풀이한다. 이 반복되는 재회와 이별을 표현하는 데 있어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기존의 멜로영화와 차별화 된다.

 몇 장면을 예로 들어보면 이는 금방 확인이 된다. ‘핑클’의 ‘영원한 사랑’이 사용된 장면만 해도 그렇다. 1994년에 처음 만나 헤어졌던 두 사람은 1997년에 다시 만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이별하게 되는데, 이는 현우가 군에 입대하기 하루 전날 만난 것이 그 이유다. 이때 미수는 현우에게 메일주소를 만들어주며 계속해서 소식을 주고받자고 약속한다. 그러나 미수는 깜빡하고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못했고, 그로 인해 연락이 두절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현우는 비밀번호를 알아내 미수와 연락이 닿는다. 만나고 싶었는데 만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전화 통화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이 때 ‘핑클’의 ‘영원한 사랑’이 밝고 경쾌한 톤으로 울려 퍼진다. 다음과 같은 가사는 두 사람의 심경을 대변해 준다. ‘이젠 내 사랑이 되어줘 / 내 모든 걸 너에게 기대고 싶어 / 언제나 나를 지켜줄 너라고 변치 않는 영원한 사랑을 / 약속해줘 ~’

 그리고 두 사람의 짧은 신접살림 때 ‘루시드 폴’의 ‘보이나요’에 맞춰서 장면을 편집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부드럽고 감미로운 멜로디가 흐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사랑의 밀어가 들려온다. ‘내 맘이 보이나요 이렇게 숨기고 있는데 / 내 맘이 보인다면 그대도 숨기고 있나요 / 내 맘이 보이나요 언제쯤 알게 됐나요 / 그대도 그렇다면 나에게 말해요.’ 이렇듯 이 영화에서의 음악은 주인공의 심리나 마음의 상태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며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그러나 이 영화는 ‘접속’의 영광을 이어가기에는 미흡한 구석이 있다. 그것은 이야기의 결함에서 발생한다. 영화는 현우의 과거 불상사 때문에 두 사람이 어긋나는 모습을 자주 연출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현우의 과거 사건현장을 명징하게 연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 상황을 흐릿하게 연출하면서 이야기의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다. 그리고 미수와 친자매 이상의 우애를 나누는 은자(김국희)의 삶을 보여주는 것에 있어서도 불친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은자가 감당하는 삶이 무겁다는 것을 암시만 할 뿐, 구체적인 장면 연출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영화의 엔딩 장면 역시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종우(박해준)와 미수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마무리 짓지 않고 현우에게로 달려가는 미수의 모습은 급작스럽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때 흐르는 콜드플레이(Coldplay)의 ‘픽스 유(Fix You)’와 이 곡에 맞춰서 편집된 장면은 절묘하다 싶을 정도로 딱 들어맞음에도 불구하고 큰 감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음악의 선곡이 빼어나고, 그 곡에 맞춰 편집된 장면들이 탁월하기는 하지만, 견고한 이야기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태작이 머물고 마는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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