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적인 흥행코드의 나열

▲ 영화 ‘백두산’.
 한국영화는 현재 대기업이 투자와 배급 그리고 극장까지 장악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한국영화는 장르 및 소재의 편중이 심하고, 개성 있는 영화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니까 최근 10여 년간의 한국영화는 자본이 영화를 검열함으로써 활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자본의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영화들에만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스토리는 평균화 되었고, 스타가 캐스팅되어야 투자가 되는 등 한국영화는 기성품을 양산해내고 있는 형국이다.

 ‘백두산’은 이를 증명하는 영화다. 먼저, ‘백두산’은 안전한 장치로 스타캐스팅을 관철시켰다. 이병헌과 하정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 영화는 두 배우로도 부족했던지 마동석을 캐스팅해 백두산의 화산을 연구하는 교수 역할을 맡겼다. 마동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연기를 맡겼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일 수 있지만, 이 역할은 마동석이 아니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스타캐스팅에 대한 강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백두산’은 큰 구경거리를 준비했다. 재난영화를 표방한 영화답게 영화 속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재난의 스펙터클이 차고 넘친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조인창(하정우)이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갈라지는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차를 운전해 위기를 탈출하는 장면은, 압도적인 재난 장면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있는 경우다. 이후에도 이 영화는 재난의 스펙터클을 시시때때로 전시하며 재난영화로서의 임무를 다한다.

 그리고 ‘백두산’은 가족애를 강조하며 관객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자극한다. 조인창은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를 두고 위험한 일인 것을 알면서도 작전에 투입되고, 리준평(이병헌) 역시 하나뿐인 딸에게 아버지 노릇을 다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가족주의 장치를 이용하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백두산’은 큰 규모의 예산을 쏟아 부어 이를 회수하기 위해 스타를 캐스팅하고, 큰 구경거리를 준비했으며, 가족주의를 강조하는 등 블록버스터 전략을 관철시키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 전략이 치밀하지 못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 ‘백두산’.|||||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핵을 이용해 백두산 폭발을 막는다는 비현실적인 소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의 큰 설정은 수년 전부터 백두산 화산 폭발을 연구해 온 강봉래 교수(마동석)의 제안을 받아들여, 네 번째 화산 폭발 전에 북한의 핵을 갱도에 넣고 폭발시켜 화산 폭발의 압력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의 개연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최지영(배수지)의 이동경로만 놓고 보아도 그렇다. 최지영은 한강다리를 건너던 중 해일을 만나 차에 갇힌 채로 물에 잠긴다. 그러나 만삭의 몸으로 어떤 고난도 없이 육지로 나오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인천항으로 가는 버스를 얻어 타는 장면도 설명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무너지는 병원에서의 출산 장면은 도가 지나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이 영화는 중간 중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상황과 과한 설정으로 끝까지 나아간다.

 여기에다 ‘백두산’은 기존의 영화들에서 보았음직한 설정들이 부지기수다. 일례로 남측과 북측의 요원이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만나,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우정이 피어나고 끝내 협력한다는 서사의 흐름은 남북을 소재로 한 기존의 영화들에서 한발 짝도 나아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태한 설정을 반복하고 있는 경우다.

 정리하자면, ‘백두산’은 관습적인 흥행코드를 나열하고 있는 영화로, 개성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기성품이라고 할 수 있다.
조대영<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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