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먹이 확보·양육… 그것 뿐일까?

 일년 내내 알게 모르게 수많은 동물들이 이동한다. 내가 근무하는 동물원의 앞산뒷산에는 몇백 마리가 넘는 까치들이 사는데, 봄·여름내 가족 단위로 생활하다 가을·겨울이면 아침·저녁으로 집단으로 비행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유는 아마도 ‘함께 추운 겨울을 이겨내자’ 혹은 ‘부족한 먹이를 서로 나누어 먹자’, 또는 ‘집단 양육을 하자’ 정도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나는 대로 이유를 나열하다 보니 마치 사람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이유와 별반 차이가 없이 느껴진다.

 이 까치들과 같이 비교적 거리가 짧고 소규모의 이동과 더불어 철새들의 길고 대규모의 이동까지, 동물들은 일년내내 어떻게든 변화를 추구하고 이동하고 있다. 단지 하루를 붙박이로 급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에 잘 안 뛸 뿐이다.

 그런데 왜 동물들은 이동을 하는 것일까?

 교과서적인 표현으로 보자면 철새들은 더 따듯한 환경, 풍부한 먹이를 찾아서 이동한다. 겨울철새들의 경우 우리가 보기엔 한국 겨울이 뭐가 따뜻해? 하겠지만 동물들의 경우 무조건 사람처럼 20℃가 그들 몸의 최적온도가 아니다. 젖소는 영하 10℃와 영상10℃가 가장 적온이다. 그래서 대관령 같은 곳이 젖소 키우기에 최적지인 것이다.
 
▲“인간들 집단행동과 다를바 없어”

 한우는 젖소보다는 적온이 더 높다. 그래도 사람보다는 더 낮다. 그래서 온난한 해양성 기후를 가진 서해안 같은 곳이 한우 키우기에는 적당하다.

겨울 철새들의 경우도 거의 영하 10℃ 전후가 그들이 생활하기에 적당하며 영하 30℃가 넘는 원래 고향인 시베리아와 북극의 겨울을 피해 우리나라로 남하하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겨울의 강과 바다에는 먹을 것도 지천이다. 그리고 초봄에 더워지려하면 이동하고 여름철새에게 그 바통을 넘겨준다.

 제비 같은 여름철새들은 동남아에서 고향(태어난 곳)인 우리나라에 도착하자마자 조금도 쉴 새 없이 집부터 짖고 새끼부터 낳는다.

 그런데 겨울철새들과는 달리 이들의 새끼들은 굉장히 미숙하다. 1달 내 곤충 같은 먹잇감을 끊임없이 물어다 키워야 한다. 이때가 주로 이 약한 새끼들을 잡아먹는 구렁이들의 최고 전성기이기도 하다.

 반면 기러기 같은 겨울철새의 새끼들은 부화하자마자 어미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 이처럼 자연은 환경과 동물들이 절묘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때 되면 이동해야 하고 이동에서 쳐진 개체들은 자연 도태되기 마련이다. 우기 건기 무렵 행해지는 사바나의 대이동 또한 한 지역 내의 먹이 고갈을 막고 전염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극지방 순록의 대이동은 먹이 부족 보단 여름 모기에 의해 비롯된다고 하며, 인간을 비롯하여 그 지방 모든 동물들의 이동의 시작을 알린다.

북극 레밍쥐의 이동은 집단과밀에서 시작되고 보통 바다나 호수로 뛰어드는 집단자살로 끝난다지만(인간의 전쟁해결방식에 비하면 그래도 얼마나 숭고한가?) 걔 중의 몇몇 무리는 산이나 평지를 택하여 살아남아 새로운 개척지를 만든다.

 이런 대규모 이동뿐 아니라 붙박이로 살고 있는 동물들 또한 주기적으로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앞서 까치의 경우도 그렇고 호랑이나 곰들도 이동거리 100km가 넘는 광대한 영토를 소유하면서 일년내내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너구리나 오소리·고라니를 비롯 그 밖의 많은 동물들이 이동본능 때문에 도로상에서 수없이 ‘로드킬’을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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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새들이나 비둘기들은 아침 저녁으로 대규모 회합을 가지며 오늘은 여기를 사냥해 보자하고 의논하는 듯 보인다. 뱀들도 느리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생활패턴이나 이동 형태가 끊임없이 변한다. 주로 상하 수직이동을 하는 뱀들의 이런 패턴은 땅꾼들이 덫을 놓는 빌미를 제공한다.

개구리나 두꺼비 역시 십리도 안 되는 웅덩이를 향하여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는 험난한 여정을 반복한다. 그들을 대량으로 죽이는 적은 오직 인간과 그가 만든 차량들뿐이다.
 
▲“어쩌면 유희이거나 숙명…”
 
 동물원에서도 낯선 현상을 보게 된다. 캐나다기러기는 원래 야생에서는 북남미대륙을 종으로 횡단하는 대표적인 철새류이고 다큐영화 ‘위대한 비행’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물원에선 그 위대한 비행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그들은 가을이 되면 이동준비를 한다. 흩어져 살던 무리들이 어느 순간 집단으로 모이고 함께 수영하고 몰려다닌다. 그리고 하루 종일 날개를 다듬고 이륙연습을 하는 장면들이 자주 목격된다. 이제 문만 열면 그들은 날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부질없는 몸짓이 때론 가슴을 아프게도 한다.

 다시 왜 동물들은 이동하는 것일까? 하는 물음으로 되돌아 와 보자.

 아직까지 누구도 그 해답을 정확히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럼 우린 왜 이동하는 걸까? 우리가 여행하는 목적은 먹이나 기후 때문이 아니다. 견문을 쌓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서, 그것 또한 교과서적인 답변이다.

 가장 근접한 대답은 어느 등산가가 했다는 말일 것 같다. ‘산이 거기 있기에 산에 오르는 것이라고.’ 동물들 역시 동물이기에 본능적으로 움직임을 즐긴다. ‘인간 역시 동물이다.’ 라는 철학적 연역법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동물들에게도 이동은 하나의 유희이며 숙명인 것이다.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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