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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욱 동물과 삶]사람과 동물 치료의 차이
타이완원숭이의 악성종양 치료법
최종욱
기사 게재일 : 2020-03-16 06:05:01
▲ 침팬지.
타이완원숭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 녀석은 일반 가정에서 키우다가 어떤 이유에선지 집에서 탈출하게 되어 119 구조대에 의해 붙잡혀왔다.

오랫동안 인간과 더불어 산 탓인지 성격은 무척 얌전하여 이빨을 드러내어 위협하다가도 가까이 가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얌전해졌다.

보통 인간과 공존이 가능한 일본, 타이완, 희말라야, 돼지꼬리(일명 야자) 등 구대륙 원숭이들이 대개 이런 양극적인 성격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전문가 이외에 초짜들이 가까이 가면 이들은 눈빛만 보고도 대번에 초보자인지 알아보고 공격(무는 것)할 수도 있으니 초심자는 늘 조심해야 한다.

이 타이완원숭이에게는 지병이 한 가지 있었다. 잇몸에서 자꾸 이상한 버섯 같은 조직들이 길어나 1년 정도면 윗몸 전체를 뒤덮어 버렸다. 그리고 그때마다 제거 수술을 해 주어야 했다.

수술은 일단 마취를 시킨 후, 길어난 조직의 기단을 묶거나 질식시켜 잘라내는 방법으로 행하였으며 비교적 간단하고 예후도 좋았다. 그리고 또 2~3년 동안은 아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동물들의 양성암, 치료는 간단

잘라낸 조각으로 조직검사를 해 보았더니 ‘섬유치은종’으로 나왔다. 양성종양의 일종으로 개나 사람에게도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원인은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사료 같은 너무 편식화 된 식단에 기인하는 것 같았다.

동물들에겐 양성 암이라 딱히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는 것도 아니고 진단과 치료가 비교적 쉬우니 크게 신경을 안 쓰는 질환에 속하지만, 만일 사람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아주 달라져 버린다.

지금처럼 외관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입안에서 무언가 자라나고 있고 몇 년을 주기로 입을 열면 밖으로 보이는 정도라면 사람에겐 보통 심각한 질병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일종의 진행성 암이니 완치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평생 이 꼴 보기 싫은 질환과 동행할 수도 있다는 건데, 아마도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것이다.
블로우건을 이용해 동물을 치료하는 모습.

그렇다고 조금만 자라도 잘라내는 것 또한 문제다.

나 역시 이것을 치료하면서 ‘암’이란 것이 얌전히 다스려야지 심하게 다루었다간 자칫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얼핏 해 보았다. 이 원숭이의 경우도 혈관을 차단하여 조직을 질식시켜 말라떨어지도록 하는 방법과 바로 잘라내는 방법 두 가지를 비교해보았는데 첫째 방법은 2~3일 정도의 시간은 요하지만 수술시 전혀 출혈이 없고 회복이 빠르며 시술자도 편하고 환자도 거의 부작용이 없다.

하지만 두 번째 방법은 출혈량도 많고 그래서 수술시간도 오래 걸리며 바로 깨끗하긴 하지만 환자도 무척 고통을 받아 자꾸 긁어댄다. 그리고 치명적인 약점은 암의 재발 시기가 오히려 더 빠르다는 데 있었다. 이렇듯 심하게 건드리는 것은 오히려 암을 더욱 악화 시킬 수 있는 것 같았다.

한 질병을 가지고도 동물과 사람의 생각하는 관점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 사람들에겐 육체적인 불편함보단 정신적으로 사람을 기피하게 하는 무서운 우울증까지 불러올 수 있는 게 이런 동물에겐 비교적 하찮은(?) 질병들이다.

하지만 타이완 원숭이는 잘라만 주면 정말 잘 먹고 잘 뛰어논다. 이렇게 사람은 질병 외적인 요인이 더 많으니 더욱 많은 약이 개발돼야 하고, 무분별한 약의 사용은 오히려 자연적인 질병저항력을 현저히 약화시킨다.

예전엔 감기 정도는 우습게 여기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너나없이 감기가 돌았다 하면 대유행이 되고 끙끙 앓는 정도도 심해져 버렸다. 그만큼 개개인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심하게 건드리면 더욱 악화 가능성

흔히 의학의 발달이 생명을 연장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지만 개개인으로 보았을 때는 수명은 예전과 크게 변한 게 없고 오히려 치료하기 힘든 신종질환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전 세계인구의 절반 정도가 항상 무엇인가 질병을 달고 다닐 날이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질환을 가진 조금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좀 바뀌어야 한다. 그분들을 자꾸 정상인과 분리시키려는 건 인간 스스로 자멸하는 길이다.

작은 장애를 가진 그 대만 원숭이를 동료들이 아무 사심 없이 대하듯 우리 사회도 불편한 사람들을 편안하게 바라보아주고 모든 사회시설이 그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누구나 잠재적인 ‘그들’이기 때문이다.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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